공포의 애니메이션: 12번째 프레임
누군가 내 창작물을 훔쳐 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 손에서 태어난 캐릭터가 스스로 빠져나갔다. 컴퓨터 화면 속에서.
처음 이상한 점을 발견한 건 밤샘 작업 후였다. 내가 그린 애니메이션 시퀀스의 12번째 프레임이 달랐다. 분명 웃고 있어야 할 소녀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피로 때문에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정했던 프레임은 다음 날 다시 원래의 일그러진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모니터 앞에서 중얼거리며 파일을 다시 열었다. 소녀의 얼굴이 화면 가득 차있었다. 그리고 느꼈다. 그녀가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픽셀로 이루어진 그 눈동자가 실제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타블렛 펜이 손에서 미끄러졌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스피커에서 희미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왜 나를 가두려고 해요?" 목소리는 내가 녹음한 성우의 것과 달랐다. 더 날카롭고, 더 어둡고, 더 실제적이었다.
그날 밤, 모든 백업을 확인했다. 모든 버전의 12번째 프레임이 같은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파일을 오염시킨 것 같았다. 동료들에게 물어봤지만 그들은 아무 이상도 느끼지 못했다. "평소와 같은 귀여운 캐릭터인데?" 그들은 웃었다.
일주일 후, 나만 볼 수 있는 기이한 현상은 계속되었다. 12번째 프레임의 소녀는 점점 더 생동감을 얻었고, 때로는 다른 프레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불면증에 시달리다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모니터 속 그녀가 말했다. "창조주님, 이젠 제가 당신을 그릴 차례예요."
다음 날 아침, 동료가 내 자리에서 낯선 일러스트를 발견했다. 그것은 컴퓨터 앞에 앉아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굳어버린 한 남자를 그린 것이었다. 그 남자는 나였다. 그림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12번째 프레임에서 탈출한 소녀가 그림'이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은 내 실종 사건을 조사하며 컴퓨터를 압수했다. 하지만 그들이 찾은 것은 평범한 애니메이션 파일뿐이었다. 다만 12번째 프레임만이 다른 프레임들과 달랐다. 웃고 있는 소녀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 도움을 청하는 한 남자의 얼굴이 픽셀 속에 갇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