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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스파

공포를 조종하는 에스파: 마음의 블랙맘바

그녀가 내 공포를 볼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내 온몸은 얼음장처럼 굳어버렸다.

에스파라 불리는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 정부는 이들을 '감정 초감각 보유자(Emotional Super-sensory Perception Achievers)'라고 명명했지만, 대중은 간단히 '에스파'라 불렀다. 그들은 사람들의 감정을 읽고, 때로는 조종할 수 있었다. 특히 공포를 다루는 데 탁월했다.

"당신 안의 그 어둠이 보여요." 까만 눈동자를 가진 여자가 커피숍에서 갑자기 내게 말을 걸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따뜻했지만, 전신을 타고 흐르는 한기는 실로 역설적이었다.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그 검은 뱀이 보여요."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어떻게 그녀가 알았을까? 15년 전, 내가 8살 때 경험한 그 끔찍한 사건을. 숲속에서 마주친 그 검은 뱀을. 그리고 그 이후로 내 영혼을 옭아매는 파충류 공포증을.

"도와드릴 수 있어요." 그녀의 손이 내 손 위에 조심스럽게 놓였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뱀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차가운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하... 하지만 왜요?" 겨우 말을 이을 수 있었다.

"모든 공포에는 목적이 있어요. 당신의 공포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거예요. 그 기억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 해요."

그녀의 손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카페의 소음이 멀어지고, 나는 15년 전의 그 숲으로 돌아갔다. 공기 중에 떠도는 촉촉한 이끼 냄새,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마른 낙엽소리, 그리고 내 여동생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기억 속에서 처음으로, 나는 그 검은 뱀이 내 여동생을 향해 달려들던 순간을 보았다. 내가 그녀를 밀쳐내고 대신 물렸던 그 순간을. 그리고 그 이후로 내 기억에서 지워진 부분 - 독으로 인한 환각 상태에서 내가 친구들에게 뱀을 보았다고 계속 외쳤던 것을. 아무도 믿지 않았고, 결국 공포만 남았다.

"당신의 공포는 사실 용기였어요," 에스파 여자의 목소리가 기억 속으로 스며들었다. "당신은 여동생을 구했어요. 그 검은 뱀은 당신 안의 영웅이에요."

눈을 떴을 때, 커피숍의 소음이 다시 귓가를 채웠다. 그녀는 이미 사라진 뒤였지만, 테이블 위에는 한 장의 메모가 놓여 있었다.

"당신 안의 블랙맘바는 이제 당신을 지키는 수호자가 될 거예요. 공포를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집니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15년 만에, 나는 두려움 없이 숨을 쉴 수 있었다. 어쩌면 내일은 동물원의 파충류관을 방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마도,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 검은 뱀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