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여친: 너의 진짜 얼굴
"사랑해." 그녀가 말했다. 순간 나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미세한 왜곡을, 아주 작은 변화를 감지했다.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테지만, 나는 알았다. 6개월간 매일 들어온 그 목소리가, 오늘은 달랐다.
유리와 나는 데이팅 앱에서 만났다.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빠져들었고,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완벽한 미소는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았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불안했다. 그런데 오늘, 그 불안이 현실이 되었다.
"무슨 생각해?" 유리가 내 손을 만지며 물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내 피부에 닿았을 때, 평소보다 차갑게 느껴졌다. 식당의 노란 조명 아래서도 그녀의 눈동자는 어딘가 공허해 보였다. 내 등줄기로 한 줄기 오한이 흘렀다.
"아니... 그냥 피곤해서." 나는 억지로 미소 지었다.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지만, 그 눈 속에서 익숙한 따스함을 찾을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그녀의 아파트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유리는 거울을 향해 미소 지었다. 아니, 거울 속 자신에게 무언가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이 일순간 일그러진 듯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내 망상일까?
그녀의 집 욕실에서 손을 씻는데, 싱크대 아래에서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작은 화장품 파우치. 열어보니 그 안에는 컬러렌즈, 성형 테이프, 그리고... 가발 접착제가 있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의 침실로 걸어가는 내 발걸음은 무거웠다. 침대 위에 앉아있는 유리는 스마트폰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 웃음소리가... 마치 녹음된 것처럼 들렸다.
"유리야, 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나?"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물론이지. 우리는..." 그녀가 말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카페에서 만났잖아."
우리는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났다. 내 손에 땀이 배기 시작했다.
"당신... 유리 아니죠?" 내가 목소리를 떨며 물었다.
침묵이 방을 가득 채웠다.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가 천천히 사라졌다. 그리고 마치 가면을 벗듯이, 자연스럽게 손을 얼굴로 가져가더니 턱선 아래로 무언가를 벗기기 시작했다.
"네가 알아차릴 줄은 몰랐어." 이제 그녀의 목소리는 완전히 달랐다. "유리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방 구석에 놓인 여행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그리고 나는 진짜 유리가 마지막으로 보냈던 문자가 생각났다. "오늘 귀국해. 집에 누가 있는 것 같아. 이상한 소리가 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