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의 공포: 매일 마주하는 어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다시 한번 지옥의 문턱을 넘는다. 매일 아침 8시 59분, 나는 이 순간을 두려워한다.
사무실의 형광등 불빛이 내 피부를 창백하게 비추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귓가를 채운다. 누군가는 이것을 일상이라 부르겠지만, 나는 안다. 이곳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내 책상 위 모니터에 비친 얼굴은 마치 타인의 것처럼 느껴진다. 눈 밑의 다크서클은 더 깊어졌고, 웃음을 잃은 입꼬리는 내가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웃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게 한다.
"김 대리, 오늘도 정시 출근이네요." 팀장의 목소리에는 항상 의심이 베어있다. 시간을 지켰다는 사실이 칭찬이 아닌 당연함으로 여겨지는 곳. 그의 눈빛은 내가 더 일찍 왔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복도를 걸을 때마다 들려오는 속삭임은 실제인지 망상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그 프로젝트 망쳤대...", "곧 잘린대..." 벽에 귀를 기울이면 회사의 비밀이 모두 들려오는 것 같다. 커피머신 앞에서 동료들이 웃으며 대화할 때, 그들의 미소 뒤에 숨겨진 경쟁심과 불안이 보인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의 쟁반을 들고 자리를 찾는 순간이 하루 중 가장 취약한 시간이다. 혼자 앉아 밥을 먹을지, 아니면 누군가의 테이블에 합류할지 결정하는 그 몇 초간의 공포. 결국 나는, 언제나처럼, 구석 자리를 택한다.
오후 3시, 졸음과 피로가 밀려올 때 나는 회의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정장을 입은 좀비. 체면을 위해 카페인으로 심장을 채찍질하며, 말 한마디에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느라 정신이 소진된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지만, 누구도 먼저 일어나지 않는 묘한 긴장감이 사무실을 감싼다. PC를 끄려는 순간마다 새로운 업무 메일이 도착한다. 마치 계획된 것처럼.
어느 날, 팀장이 내 책상으로 다가왔다. "고생 많습니다. 잠시 얘기 좀 할까요?" 그의 목소리에서 비정상적인 따뜻함이 느껴졌다. 회의실로 향하는 복도는 평소보다 길게 느껴졌다. 문을 닫고 그가 말했다. "실은 승진..."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두려워한 것은 출근 자체가 아니라, 이 안에서 진짜 나를 잃어가는 공포였음을. 승진은 또 다른 족쇄일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출근하지 않았다. 이력서를 들고,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걸었다.
지금도 가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꿈을 꾼다. 하지만 이제 그 문 너머에는 내가 선택한 길이 있다. 가장 무서운 공포는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것임을, 매일의 출근이 가르쳐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