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공포증: 면접실의 그림자
그날 면접실의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면접관들의 얼굴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저 흐릿한 윤곽만 있을 뿐, 눈도, 코도, 입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한 것은 아무도 이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김지우 씨, 이력서에 적힌 경력이 인상적이네요." 중앙에 앉은 흐릿한 윤곽이 말했다. 목소리는 마치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진 듯했다. 방 안의 공기는 겨울임에도 이상하게 습하고 답답했다. 내 셔츠 뒷면이 의자에 달라붙었다.
"감사합니다."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들의 질문에 답할수록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말할 때마다 그들의 흐릿한 윤곽이 조금씩 선명해졌고, 반대로 내 손가락 끝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지원자님의 약점은 무엇인가요?" 오른쪽 면접관이 물었다. 그의 얼굴에 입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기괴하게도 그것은 내 입과 똑같았다.
"저는..." 말을 이어갈수록 내 팔이 점점 투명해졌다. 공포에 질려 손목을 쳐다봤지만, 책상 아래로 내 다리가 사라지고 있었다. "제 약점은 완벽주의 성향입니다."
왼쪽 면접관의 얼굴에 내 눈이 생겨났다. "그렇군요.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나요?"
질문에 답할수록 내 존재는 희미해지고, 면접관들은 점점 나를 닮아갔다. 중앙 면접관이 웃자 그의 웃음소리는 내 웃음소리였다. 이제 그는 거의 완전히 나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중앙 면접관이 말했다. 이제 그는 완벽하게 나의 복제품이었다. "당신은 우리 회사에 왜 지원했습니까?"
내 몸의 대부분이 사라졌을 때, 진실을 깨달았다. 이것은 면접이 아니었다. 이것은 교체였다. 74번째 면접. 74번째 거절. 아니, 거절이 아니라 흡수였다. 그들은 내 인생의 경험, 지식, 정체성을 흡수하고 있었다.
"답변 감사합니다. 결과는 일주일 내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면접실을 나올 때, 나는 거의 투명해져 있었다. 로비에서 다음 지원자가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에게 뭐라도 경고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건물을 빠져나와 거리로 나오자, 도시의 모든 직장인이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얼굴은, 한때 나였던 누군가의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