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오컬트: 비를 제물로
마른장마가 끝나고 첫 비가 내리던 날, 마을에 처음 들어선 이방인의 얼굴은 마치 물에 젖은 종이처럼 창백했다. 우산도 없이 마을 광장에 선 그는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었다. 나는 카페 창가에서 그를 발견했다.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 너머로 보이는 그의 모습은 마치 물 아래 가라앉은 사람 같았다.
"저 사람, 보름째 날씨가 바뀔 때마다 나타나요."
커피를 내려주던 주인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가를 고발하는 듯한 그 목소리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마을에서는 그를 '날씨장수'라고 불러요. 마른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우리 마을은 기상 이변이라고 할 것도 없는 평범한 곳이었죠."
나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카페를 나섰다. 이방인에게 다가가자 빗방울이 더 굵어졌다. 가까이서 보니 그의 눈동자는 기상도처럼 선명한 등고선이 그려져 있었다. 비에 젖은 그의 얼굴에선 물이 증발하는 대신 스며들었다.
"좋은 날씨군요." 그가 입을 열었다.
쏟아지는 비에 옷이 흠뻑 젖은 상황에서 그의 말은 모순적이었다.
"당신이 날씨를 조종한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처음으로 나를 직시했다. "조종이 아니라 교환이라고 해야겠죠. 인간은 예부터 날씨와 거래를 해왔으니까요."
그의 가방에서 작은 유리병들이 보였다. 각각의 병에는 서로 다른 날씨의 조각이 담겨 있었다. 햇살이 가득한 병, 안개가 소용돌이치는 병, 눈발이 흩날리는 병.
"무엇과 교환하는데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시간이요. 사람들의 시간과 날씨를 교환해요. 농부는 풍년을 위해 자신의 삶을 3년 줄이고, 신부는 결혼식 날의 맑은 하늘을 위해 10년을 내어주죠. 당신은 어떤 날씨가 필요한가요?"
갑자기 비가 그쳤다. 하늘은, 마치 누군가 파란 잉크를 쏟은 것처럼 선명하게 맑아졌다. 마을 사람들이 놀라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누군가 방금 50년을 내어준 거예요. 이 마을의 가뭄을 끝내기 위해서." 그가 미소 지었다.
나는 마을 광장을 둘러보았다. 노인 한 명이 벤치에 앉아있었다. 어제만 해도 검은 머리였던 그가 순식간에 백발이 되어 있었다. 주름진 얼굴에는 평온함이 가득했다.
이방인은 가방에 새로운 병을 넣었다. 그 속에는 방금 전까지 내리던 비가 들어있었다. "날씨는 결코 사라지지 않아요. 단지 소유자가 바뀔 뿐이죠."
그가 떠난 자리에는 작은 명함 한 장이 남아있었다. '원하는 날씨, 적절한 대가'라는 글귀 아래, 나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내일은 내 결혼식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