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만든 초콜렛의 기적
비가 유리창을 때리던 그날, 나는 처음으로 세상을 구원할 초콜릿을 만들었다. 3년간의 연구 끝에 기후 조절 효소를 함유한 카카오 품종을 완성한 것이다.
연구실 창밖으로는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이번 폭우가 역대급이라 경고했지만, 이젠 그런 말에 놀라는 사람도 없었다. 지난 5년간 '역대급'이란 표현이 평범한 일상이 되었으니까. 온도계는 38도를 가리키는데 하늘에서는 주먹만한 우박이 떨어지는 세상이었다.
초콜릿 표면에 핀 서리 같은 결정체를 현미경으로 확인하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성공이었다. 이 작은 초콜릿 한 조각이 섭취되면 인체 내에서 특수 효소가 방출되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중화시키는 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인류가 만든 재앙을 인류의 입맛으로 해결하는 아이러니한 해결책이었다.
"박사님, 외부에서 온 손님이..." 조교가 문을 두드렸다.
나는 급히 초콜릿을 서랍에 넣고 연구실 문을 열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두 남자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박사님. 저희는 글로벌 초콜릿 협회에서 왔습니다. 당신의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들의 눈빛에서 위험을 감지했다. 세계 초콜릿 시장을 장악한 거대 기업들이 내 연구를 알아챈 것이다. 카카오 농장 소유권에서부터 유통망까지 모든 것을 장악한 그들에게 내 발명품은 직접적인 위협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지금은 바빠서요."
"빗속에 우리를 기다리게 하시겠습니까? 협회에서는 당신의 연구에 충분한 보상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때 천둥소리와 함께 정전이 되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서랍에서 초콜릿을 꺼내 재빨리 입에 넣었다. 달콤한 맛이 혀끝에서 퍼졌고, 이어서 기묘한 따끔거림이 온몸을 휩쓸었다. 비상등이 켜지자 그들의 당황한 표정이 보였다.
"박사님, 그게 뭐였습니까?"
창밖을 보니 기적적으로 비가 멈추고 있었다. 구름이 갈라지며 오랜만에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몸 안에서는 무언가가 활성화되고 있음을 느꼈다.
"미래입니다. 세상을 바꿀 맛있는 미래죠."
그들이 다가오려 할 때, 내 몸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내가 숨을 내쉴 때마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줄어드는 것을 측정기가 보여주었다. 날씨와 초콜릿이 만든 기적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나는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