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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이별

쓰디 쓴 초콜렛 이별

그녀가 준 마지막 초콜릿은 쓰디 쓴 맛이었다. 혀끝에 닿자마자 알 수 있었다. 우리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발렌타인데이, 사람들이 달콤함을 나누는 그날에 나는 이별의 맛을 보고 있었다.

"네가 좋아하는 다크 초콜릿이야. 90% 카카오," 소연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떨림이 느껴졌다. 카페 창가로 비치는 오후의 햇살이 그녀의 얼굴 절반을 비추고 있었다. 반은 밝게, 반은 어둡게. 우리의 관계처럼.

초콜릿 한 조각을 입에 넣었을 때, 그녀의 눈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우리 사이에 흐르던 침묵은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초콜릿이 천천히 녹아내리는 동안 기억들이 내 마음속에서 함께 녹아내렸다. 처음 만난 날, 함께 웃던 순간들, 그리고 점점 멀어져 가던 시간들.

"5년 동안 고마웠어." 소연의 말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함께한 1,825일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창밖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2월의 마지막 눈. 테이블 위에는 반쯤 먹은 초콜릿 상자가 놓여 있었다.

코코아 향이 내 기억을 자극했다. 첫 데이트 때 그녀가 좋아한다며 건넸던 밀크 초콜릿의 달콤함, 우리의 첫 기념일에 함께 만들었던 초콜릿 케이크의 부드러움, 그리고 지금 입안에서 녹고 있는 다크 초콜릿의 쓴맛. 달콤함에서 시작해 쓴맛으로 끝나는 우리 관계의 아이러니.

"왜 하필 초콜릿으로?" 내가 물었다.

소연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 말했다. "초콜릿은 처음엔 쓰지만 시간이 지나면 단맛이 올라와. 우리 이별도 그랬으면 해. 지금은 쓰지만, 언젠가는 달콤한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

그날 이후 나는 초콜릿을 먹지 않았다. 그녀의 말처럼 이별의 쓴맛이 달콤해지길 기다렸지만, 그 날은 오지 않았다. 오늘까지도.

1년이 지난 발렌타인데이, 우연히 그녀를 거리에서 마주쳤다. 소연은 누군가에게 초콜릿 상자를 건네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상자를 열어 마지막 한 조각의 초콜릿을 꺼내 입에 넣었다. 1년간 굳어버린 초콜릿이 천천히 녹아내리면서, 놀랍게도 예상치 못한 달콤함이 느껴졌다. 마치 오래된 약속이 이제야 지켜진 것처럼.

초콜릿이 완전히 녹았을 때, 나는 알게 되었다. 이별도 결국 초콜릿처럼, 시간이 지나면 쓴맛 아래 숨겨진 달콤함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