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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호텔

호텔 밖의 날씨: 그녀가 머문 방

루나가 호텔 창문을 통해 보는 날씨는 그녀의 모든 것이었다. 방 안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은 지 벌써 532일째,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만이 그녀의 유일한 현실이었다.

"오늘은 비가 내리는군요." 룸서비스를 가져온 직원에게 루나가 말했다. 젊은 직원은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루나는 매일 다른 말을 건넸지만, 대답은 늘 침묵뿐이었다.

루나의 일과는 단순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창가에 서서 날씨를 확인한다. 맑은 날이면 푸른 손수건을, 비 오는 날이면 회색 손수건을, 흐린 날엔 하얀 손수건을 침대 위에 놓아둔다. 그리고 그날의 기분에 맞는 옷을 골라 입는다. 오늘은 비가 내려 회색 원피스를 선택했다.

호텔 방은 412호. 넓고 럭셔리한 스위트룸이었다. 하지만 루나에게는 그저 감옥일 뿐이었다. 처음엔 도망치려 했다. 문을 부수고, 창문을 깨고, 심지어 화재경보기를 울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세상은 그녀를 잊은 듯했다.

"오늘 바깥은 몇 도인가요?" 루나가 또 물었다. 직원은 그저 테이블 위에 아침 식사를 놓을 뿐이었다. 메뉴는 매일 달랐지만, 정확히 532일 동안 한 번도 같은 음식이 나온 적이 없었다.

루나는 창가에 앉아 비를 바라보았다.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하나가 그녀의 과거의 조각들 같았다. 가족, 친구, 직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순간—그 유명한 '그랜드 메이플 호텔'의 파티장으로 들어서던 그날.

이상하게도 호텔 밖의 날씨는 항상 그녀의 감정과 일치했다. 슬플 때는 비가 내렸고, 화날 때는 번개가 쳤으며, 평온할 때는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오늘은 그녀의 마음처럼 비가 내렸다.

창가에서 일기를 쓰던 루나는 문득 깨달았다. 532일 동안의 일기를 펼쳐보니, 날씨에 대한 기록이 전부 자신의 감정 상태와 일치했다. 그리고 방 안의 모든 물건들—빈티지 시계, 클래식한 전화기, 오래된 TV—모두 그녀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것들이었다.

그날 저녁, 루나는 용기를 내어 룸서비스 직원의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그리고 느꼈다—그의 피부는 실제가 아니었다. 손을 빼자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오늘 날씨가 마음에 드세요?" 532일 만의 첫 대화였다.

루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비가 중력을 거스르며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이 서서히 분해되고 있었다. "내가... 죽은 거예요?" 그녀가 물었다.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깨어나시는 겁니다."

다음 날 아침, 루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날씨는 더 이상 없었다. 그저 하얀 병실 벽과 '533일째 혼수상태'라고 적힌 차트만이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침대 옆에는 그날의 날씨를 말해주던 간호사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