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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대표님

남사친 대표님: 우정과 경계선 사이

대표님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가 창문을 통해 비치는 붉은 석양 빛과 섞여 흐릿하게 일렁였다. 나는 숨을 고르며 계속 문을 두드렸다. 주말 오후, 텅 빈 사무실에 남은 건 나와 그 사람뿐이었다.

"문 열어요, 재현 씨!" 대표님이 아닌, 내 남사친으로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열쇠를 돌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틈으로 그의 붉은 눈이 보였다. 술 냄새가 바람처럼 밀려왔다.

"왜 왔어?" 그의 목소리는 모래를 씹은 것처럼 거칠었다. "대표님을 만나러 온 거야, 아니면 남사친 재현이를?"

우리는 대학 신입생 때부터 친구였다. 팀 프로젝트에서 만난 두 사람은 밤샘 작업과 시험 공부, 취업 준비를 함께하며 10년을 함께 걸어왔다. 그가 창업한 회사에 합류했을 때도, 나는 그저 친구의 꿈을 돕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회사가 커지고, 그는 '대표님'이 되었다.

"둘 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투자자들이 떠났다면서요? 전화도 안 받고 회사에 처박혀 있다고 해서."

그가 문을 완전히 열었다. 회의실 테이블은 빈 소주병과 서류 더미로 뒤덮여 있었다. 그의 정돈된 모습만 보던 내게는 낯선 광경이었다.

"윤아야," 그가 웃었다. 슬픔이 묻어나는 웃음이었다. "널 이 회사에 데려온 게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나 봐."

그 말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무슨 소리예요?"

"투자자들이 네 기획안을 보고 우리 회사가 아닌 너에게 직접 투자하겠대. 네가 독립해서 나가면 우리 회사 투자금의 세 배를 주겠다고."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내 기획안은 그의 지도 아래 완성된 것이었다. 그의 아이디어와 내 실행력이 합쳐져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그래서 대표님은 나를 내보내려고 혼자 술 마시면서 결정하고 계셨군요?" 나는 목소리를 단단히 했다.

그가 한숨을 쉬었다. "이건 비즈니스야. 감정이 끼어들 자리가 없어."

"정말요?" 내가 그에게 다가갔다. "우리 우정은 비즈니스보다 가치가 없나요? 내가 여기 온 이유가 단지 돈 때문이었을까요?"

우리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무거워졌다. 그의 눈에서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다.

"윤아야, 대표와 직원 사이에선 결국 이해관계가 얽혀. 남녀 사이의 친구처럼, 경계가 모호해지면... 누군가는 상처받게 돼 있어."

나는 테이블에 쌓인 서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 둘 다 대표가 되면 되잖아요."

그의 눈이 커졌다. "뭐?"

"투자자들에게 말해요. 나는 당신 없이는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우리는 팀이라고." 내가 말했다. "남사친과 대표님, 이 두 모자를 동시에 쓰고 있는 당신을 10년째 보고 있는데, 왜 난 그럴 수 없죠?"

그가 처음으로 진심으로 웃었다. 창밖으로 석양이 완전히 저물고, 사무실의 자동 조명이 켜졌다. 어둠과 빛 사이, 우리는 또 다른 경계선 앞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