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의 짝사랑: 보이지 않는 선 너머
그녀가 웃을 때마다 내 심장은 소리 없는 지진을 일으켰다. 오늘도 나는 '그냥 남사친'이라는 투명한 감옥 안에 갇혀 있었다.
"민준아, 이거 봐! 내가 좋아하는 애가 보낸 카톡!" 수지는 들뜬 목소리로 핸드폰을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파란 배경의 메시지 창에는 건조한 답장 몇 줄이 전부였다. 내가 매일 보내는 장문의 메시지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성의 없는 글자들. 그럼에도 그녀의 눈은 별처럼 빛났다.
"오, 대박. 진전이 있네."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마치 다른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수지의 머리카락에서는 사과향 샴푸 냄새가 났다. 우리가 앉아있는 카페의 시끄러운 배경음악 속에서도 그 향기만은 선명하게 내 감각을 채웠다.
"근데 걔가 내 마음을 알까? 넌 남자니까 알 것 같은데... 이 정도면 걔도 나 좋아하는 거 같아?" 그녀의 질문은 칼날 같았다. 내 심장을 겨누는 무심한 화살.
이런 대화는 벌써 몇 번째일까. 3년 동안 그녀의 모든 짝사랑을 옆에서 지켜봤다. 그녀가 울 때 우산이 되어주고, 웃을 때 거울이 되어주었다. 우리 사이에는 '남사친'이라는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있었다. 내가 그어놓은 것도, 그녀가 그어놓은 것도 아닌, 어느새 우리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경계.
"글쎄, 남자들은 복잡해." 내가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가끔은 네 옆에 있는 사람을 봐야 할 때도 있어."
수지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이야?"
카페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바뀌었다. 우연히도 내가 그녀를 생각하며 수없이 들었던 곡이었다. 운명이라면 믿지 않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우주가 내 편인 것 같았다.
"수지야, 사실 나..." 내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3년간 숨겨온 비밀을 고백하려는 순간,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걔한테 전화 왔어!" 그녀는 흥분으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잠깐만, 받고 올게!"
수지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창문 너머로 그녀가 보였다. 전화를 받으며 웃는 모습이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내 손에 쥐어진 커피는 이미 식어버렸다.
그날 밤, 나는 그녀에게 긴 메시지를 썼다. 지우고 다시 쓰기를 수십 번. 마지막에 남은 건 단 한 줄이었다.
"네가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해."
전송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때로는 남사친으로 머무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언젠가 그녀가 창문을 열고 바깥을 보았을 때, 가장 가까이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