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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학교

남사친의 학교: 보이지 않는 경계선

난 그의 웃음소리를 천 번은 들었지만, 오늘처럼 가슴을 떨리게 한 적은 없었다. 교실 창가에 기대어 선 민우의 옆모습이 오후의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12년 지기 남사친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야, 서연아. 또 멍때리고 있냐?" 민우가 내 앞에 손을 흔들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익숙한 장난기가 묻어있었다. 교실은 방과 후의 고요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우리만의 시간이 흐르는 것 같았다.

"그냥... 생각할 게 있어서." 나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시선을 피했다. 책상 위 수학 문제집은 이미 오래전에 포기한 상태였다.

학교는 우리에게 단순한 건물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인 지금까지, 이 공간은 우리의 모든 순간을 담아왔다. 민우와 나는 같은 학교, 같은 반, 심지어 12년 내내 같은 모둠이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짝둥이'라고 불렀다. 너무 당연해서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관계였다.

"야, 이번 졸업하면 진짜 각자 갈 길 가는 거 실감나냐?" 민우가 문득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운동장에는 해가 저물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뛰놀던 그 공간이 곧 추억이 된다는 사실이 갑자기 현실로 다가왔다.

"싫어."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튀어나왔다.

민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가?"

"그냥... 다 싫어. 헤어지는 거, 어른 되는 거, 더 이상 네가 내 옆자리가 아닌 거..."

잠시 침묵이 흘렀다. 12년간 한 번도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교실의 공기 속에 풀어졌다.

"서연아, 너 혹시..." 민우의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갑자기 열린 교실 문과 함께 들어온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우리를 현실로 돌려놓았다.

"아직도 있었구나. 조례 시간에 공지 못 들었니? 오늘 예비소집일이라 일찍 끝낸다고 했잖아."

우리는 서둘러 짐을 챙겼다. 학교의 마지막 겨울은 유독 춥게 느껴졌다. 복도를 걸으며 민우가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12년 만에 처음이었다.

"서연아, 우리가 다니던 학교는 없어지더라도, 우리 사이의 교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야."

그날 밤, 나는 깨달았다. 남사친과 여사친 사이의 경계선은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이미 오래전에 흐려져 있었다는 것을. 단지 우리가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보지 못할 때가 있다는 것을. 졸업을 앞둔 우리의 교실에는, 12년 동안 말하지 못했던 진실이 여전히 맴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