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의 고백: 진실과 거짓 사이
민지의 남친이 결국 모든 것을 고백했다. 그가 범인이라고. 살인자라고. 그날 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오늘 너에게 모든 걸 말해야겠어." 커피숍 구석에 앉아 현우는 손가락으로 컵 테두리를 문지르며 말했다. 창문으로 비치는 가로등 불빛이 그의 얼굴 반쪽만 비추고 있었다. 민지는 심장이 터질 듯 뛰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을 느꼈다.
민지는 3개월 전 뉴스를 떠올렸다. 대학가 근처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범인은 CCTV에 흐릿하게 찍혔지만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 현우의 이상한 행동들. 밤마다 오는 악몽. 갑자기 사라졌다가 돌아오는 시간들. 손목에 생긴 깊은 상처.
"그날 밤... 나는..." 현우의 목소리가 떨렸다. 민지는 숨을 참았다. 커피숍의 재즈 음악, 옆 테이블의 웃음소리, 바리스타의 분주한 움직임, 모든 소리가 갑자기 멀어졌다.
"내가 그 사람을 죽였어." 현우의 말에 민지의 세계가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차가운 손가락이 입술에 닿았다.
"어... 어떻게?" 그녀는 간신히 말을 이었다.
"그 게임에서." 현우가 말했다. "그 온라인 게임 캐릭터. 우리 길드의 리더였던 그 사람, 기억해? 내가 그의 아이템을 훔쳐서 길드에서 쫓겨났어. 그날 밤 나는 새 계정으로 돌아가서... 그를 게임에서 죽였어."
민지는 잠시 현우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천천히 상황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잠깐... 너 지금 그 살인 사건 말하는 게 아니고... 게임 캐릭터를?"
현우는 민지의 표정을 보고 혼란스러워했다. "응? 무슨 살인? 나 게임 얘기하는데... 내가 길드 리더를 배신했다고 고백하는 거야. 너무 미안해서..."
민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긴장이 빠져나가며 온몸이 풀렸다. 그녀의 남친은 살인자가 아니었다. 그저 게임에 너무 진지한 사람일 뿐.
"너... 무슨 생각했어?" 현우가 물었다.
민지는 대답 대신 핸드폰을 꺼내 달력을 확인했다. 4월 1일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현우의 입가에 올라온 미소를 놓치지 않았다.
"만우절 농담이야, 민지야. 넌 항상 추리소설에 빠져있잖아." 현우가 웃으며 말했다.
민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순간, 커피숍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대학가 살인사건의 새로운 CCTV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했으며..."
현우의 웃음이 멈췄다. 그의 손이 살짝 떨렸다. 민지는 TV 화면과 현우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가방에서 살짝 보이는 피 묻은 장갑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