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남친과자

남친의 과자: 단맛과 추억 사이

그가 남긴 과자 봉지를 발견한 건 그가 떠난 지 정확히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침대 밑 먼지 속에서 반짝이는 노란색 포장지는 마치 누군가 일부러 놓아둔 것처럼 보였다. 허니버터칩. 우리의 첫 데이트 날, 그가 영화관에 몰래 가지고 들어와 함께 나눠 먹었던 그 과자였다.

손가락으로 봉지를 집어들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아직도 반쯤 남아있는 과자 조각들.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대로였다. 내 남친이었던 그 사람은 항상 과자를 절반쯤 먹다 말곤 했다. "나중에 먹으려고 남겨둔다"는 말과 함께. 그 '나중'이 결코 오지 않을 것임을 우리 둘 다 알면서도.

과자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공기에 오래 노출된 탓에 질척해진 과자는 달콤함보다는 쓴맛이 더 강했다. 100일 전, 그가 갑자기 짐을 싸서 떠났을 때 그는 "더 이상 달콤한 거짓말을 할 수 없어"라고 말했다. 나는 그때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우리의 관계는 이 과자 봉지처럼 항상 미완성이었다. 절반만 진실이고 나머지는 공허한 약속들로 채워진.

스마트폰을 켜고 100일 동안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던 그의 SNS 프로필을 열었다. 가장 최근 게시물은 어제 올라온 사진이었다. 낯선 도시의 카페에서 찍은 사진 속에는 테이블 위에 놓인 익숙한 과자 봉지. 허니버터칩. 그리고 그 옆에 놓인 두 잔의 커피.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모든 관계는 과자 봉지 같았다. 처음엔 화려한 포장과 달콤한 맛으로 시작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원래의 맛을 잃어가는. 그리고 결국 누군가는 그 봉지를 버리거나 완전히 비워야만 했다.

침대 밑에서 발견한 과자 봉지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이제 내 차례였다. 새로운 과자 봉지를 열 시간이었다. 아니면 아예 과자를 끊을 시간이거나. 휴대폰에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낯선 번호였지만, 메시지 내용은 너무나 익숙했다.

"혹시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번엔 과자 봉지를 끝까지 비울게."

창밖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답장을 쓰지 않고 폰을 내려놓았다. 어쩌면 과자의 유통기한은 지났지만, 그 맛에 대한 기억은 아직 선명했다. 그리고 때로는 그 기억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100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