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러운 날씨 같은 남친
그는 날씨처럼 변했다. 그것이 우리의 문제였다. 화창한 봄날처럼 다정하다가도 어느새 폭풍우가 몰아치는 한여름 오후같이 갑작스럽게 분노하곤 했다. 나는 매일 아침 그의 기분을 예보하는 일기예보사가 되어있었다.
"오늘은 기분이 어때?" 메시지를 보내는 내 손가락이 떨렸다. 어제는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씨같이 차갑고 우울했었다. 답장을 기다리는 3분이 3시간처럼 느껴졌다.
"최고야. 오늘 저녁에 봐." 그의 메시지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오늘은 맑음, 간간이 구름이 낄 수 있음. 마음의 우산을 접어도 되는 날이었다.
카페에서 만난 그는 정말 화창한 봄날 같았다. 따스한 미소, 부드러운 눈빛, 나를 감싸 안는 목소리. 이런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커피 한 잔을 다 마시기도 전에 날씨는 급변했다.
"저기 오는 남자 누구야?" 그의 목소리에 서리가 내렸다. 돌아보니 대학 동기가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윤재야, 같은 학과였어. 오랜만이네!"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남친의 얼굴은 이미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처럼 어두워져 있었다.
윤재가 자리를 뜨자마자 폭풍이 시작됐다. "걔랑 뭐 있었던 거야? 왜 그렇게 반가워해?" 예상치 못한 날벼락에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아니, 그냥 동기일 뿐이야. 4년 내내 같은 수업 들었으니까 인사하는 게 당연하잖아."
그러나 그의 날씨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이 흐려졌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도 내 기분을 아는 것처럼.
다음 날, 기상 캐스터가 된 기분으로 일기예보 앱을 열었다. 30%의 비 확률.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는 왜 매일 남친의 날씨를 예측하며 살아야 하는가?
그날, 나는 처음으로 일기예보 대신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폭풍우가 지나간 후의 맑은 하늘처럼, 가슴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날씨는 변할 수 있어도, 내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맑다. 오늘은 우산 없이 외출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마음의 일기예보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