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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남사친

남친과 남사친 사이: 보이지 않는 경계선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이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봤다. 핸드폰 메시지 알림이 울린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할 얘기가 좀 있어." 민수에게서 온 문자였다. 세 번째 남사친의 고백이 될까 봐 가슴이 조여 왔다.

대학교 4년 내내 남사친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웃고, 떠들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가끔은 술에 취해 어깨에 기대기도 했다. 그 모든 순간이 내게는 그저 친구 사이의 평범한 교감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시선은 달랐다.

"진짜 아무 감정 없어? 너네 둘이 붙어 다니는 거 보면 연인 같은데." 친구들의 말에 나는 항상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우린 그냥 친구야."

하지만 지금의 남친 우진이는 달랐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선을 그었다. "난 네 남사친들이 다 널 좋아한다고 생각해." 그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그의 예리한 직감은 언제나 맞았다. 한 명, 두 명, 남사친들이 차례로 고백했고, 나는 매번 관계의 선을 다시 그어야 했다.

커피숍 유리창 너머로 민수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손에는 작은 선물 상자가 들려있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다시 한 번 선을 그어야 할까? 아니면 이미 모든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변해버린 걸까?

"늦었어?" 민수가 자리에 앉으며 웃었다. 곧바로 상자를 내밀었다. "자, 이거."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작은 웨딩카드가 있었다. "다음 달에 결혼해. 네가 첫 번째로 알았으면 해서."

순간 모든 감정이 뒤섞였다. 안도감과 함께 이상한 상실감이 밀려왔다. 우진의 말이 틀렸다는 증거를 찾은 기쁨과 동시에, 어쩌면 내 안에 있던 작은 자만심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축하해, 정말 좋은 소식이네." 진심을 담아 말했지만,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날 밤, 우진에게 모든 이야기를 했다.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네가 왜 그렇게 많은 남사친이 있는지 알아? 넌 그들에게 안전한 사람이니까. 상처받지 않을 거라고 믿을 수 있는 사람."

그 말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서로의 관계에서 원하는 선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친이든, 남사친이든, 그 경계선은 누군가에게는 명확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희미하다. 그리고 그 선을 인정하느냐 마느냐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그날 이후 더 이상 남사친과 남친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에 대해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관계는 결국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으니까. 민수의 결혼식 초대장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내가 그린 선이 아닌 타인이 그린 선을 온전히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