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과 다이어트: 버려진 것들의 무게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내 체중계는 정확히 63kg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랑은 늘 숫자로 시작된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너는 있는 그대로 완벽해"라고 민우는 말했다. 그가 내 허리를 감싸 안을 때, 그의 손가락이 살에 파묻히는 것 같아 나는 몸을 움츠렸다. 그의 말과 달리, 나는 그의 마른 몸 옆에서 내 살들이 넘쳐흐르는 것만 같았다.
다이어트는 사랑의 증거였다. 아침마다 반쪽 사과와 블랙커피로 시작한 하루는 콩나물국과 작은 현미밥 한 공기로 끝났다. 민우가 보내준 운동 영상을 따라 하며 땀에 젖은 밤이 쌓여갔다. 체중계 위에서 눈물을 삼키던 순간들. 60kg, 58kg, 55kg... 숫자가 내려갈 때마다 민우의 미소는 더 환해졌다.
"예뻐졌어, 정말 대단해"라는 그의 칭찬은 내가 버텨내는 힘이었다. 식당에서 그가 내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지 않을 때도, 영화관에서 팝콘을 혼자 먹을 때도 나는 웃었다. 사랑받는 것은 아름다움의 대가였으니까.
52kg에 도달했을 때, 그는 자신의 집 열쇠를 줬다. 50kg이 되었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가족 모임에 함께 갔다. 48kg, 그는 프러포즈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거울 속 마른 내 모습이 낯설었지만, 그의 사랑이 채워주는 것 같았다.
결혼식 두 달 전, 갑자기 구토와 어지러움이 찾아왔다. 병원에서 의사는 '영양실조'와 '무월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임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말했다. 민우에게 이 사실을 말했을 때, 그의 눈에서 불안을 보았다.
"잠시 다이어트를 멈추는 게 어때?"라고 조심스레 제안했을 때, 그는 웃으며 "결혼식까지만 조금만 더 하자"라고 말했다. 그날 밤 그는 내게 웨딩드레스 사진을 보내왔다. 메시지와 함께. "이 드레스는 45kg에 가장 예쁠 거야."
다음 날 아침, 체중계 위에 올라섰을 때 숫자는 47kg을 가리켰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민우가 아닌 나 자신을 바라봤다. 창백한 피부, 튀어나온 갈비뼈, 빠진 머리카락... 버려진 것들의 무게가 갑자기 나를 짓눌렀다.
민우의 집 열쇠를 돌려주러 갔을 때, 체중계는 정확히 47kg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랑이 끝날 때도 늘 숫자로 남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