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남친: 그날의 고백
누군가는 대학 캠퍼스를 낭만의 장소라 부르지만, 내게는 3년간의 고문실이었다. 적어도 그 고백이 있기 전까지는.
봄비가 내리던 날, 도서관 창가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졸업 논문을 쓰고 있었다. 노트북 화면에는 첫 문장도 완성하지 못한 채 깜빡이는 커서만이 내 무능함을 조롱하듯 반짝였다. 커피 향과 빗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가 어우러진 그 공간에서 나는 여전히 3년 전 그 남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민지야, 오랜만이다."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을 때, 내 심장은 잠시 멈춘 것 같았다. 정우. 첫 학기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나 서로에게 빠졌던, 그러나 단 한 번도 '남친'이라 부르지 못했던 그 사람. 무슨 바람이 불어 그를 다시 내 앞에 데려왔는지, 나는 입술만 달싹이며 그를.바라봤다.
"졸업 논문 쓰고 있어? 여전히 마감 직전에 시작하네."
그는 낮게 웃으며 내 맞은편에 앉았다. 3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도 그의 웃는 눈은 여전히 달을 품은 듯 반짝였다. 그날의 다툼, 그 후의 어색함, 그리고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그가 갑작스레 휴학한 일까지. 모든 기억이 물결처럼 밀려왔다.
"너... 언제 복학했어?"
"이번 학기. 미루던 일을 마무리하려고."
그의 눈빛에는 내가 읽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빗소리가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우리는 어색한 침묵에 빠졌다. 그때 그가 내 노트북을 살짝 돌려 화면을 보더니 작게 웃었다.
"'대학 생활의 가장 큰 후회는...'이라고 썼네."
나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 문장 다음에 쓰려던 건 '용기 없이 널 보낸 것'이었으니까.
"민지야, 사실 내가 휴학한 이유... 너였어."
그 말에 나는 숨을 멈췄다.
"네가 나를 그저 친구로만 생각한다는 걸 알았을 때, 견딜 수 없었어. 도망쳤던 거야. 하지만 이제 와서 깨달았어. 적어도 내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않은 건 내 잘못이었다는 걸."
그의 손이 테이블 위에서 내 손을 찾았다. 따뜻했다. 창밖의 빗소리와 내 심장 소리가 뒤섞였다.
"지금이라도... 내 남친이 되어줄래?"
웃음이 터졌다. 이토록 단순한 문장을 듣기 위해 내가 3년을 기다렸다니.
"이게 네 졸업 논문의 결론이야?" 그가 물었다.
나는 노트북을 닫고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니, 졸업 후 시작할 새 이야기의 서문이지."
때로는 대학 캠퍼스의 낭만은 졸업을 앞두고서야 시작된다. 그리고 가끔은, 늦게 찾아온 고백이 가장 달콤하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