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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드라마

남친과 드라마: 실시간 중계되는 사랑

내 남친이 드라마 주인공이 된 건 그가 기침 한 번 하고 쓰러진 날부터였다. 병원 대기실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그의 손에 쥐어준 물티슈에 선명한 붉은 자국이 묻어났다. 의사는 '3개월'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내렸고, 그 순간 우리의 사랑은 전국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드라마가 되었다.

"당신의 연인과 함께하는 마지막 100일, 실시간으로 중계됩니다." 병원을 나서는 우리 앞에 갑자기 나타난 프로듀서의 제안은 황당했지만, 고가의 치료비를 지원해준다는 말에 거절할 수 없었다. 다음 날부터 우리의 일상은 카메라 세 대와 마이크 두 개의 감시 아래 놓였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우리의 모든 대화와 행동이 실시간으로 방송되었다.

시청률은 날이 갈수록, 그의 상태가 악화될수록 치솟았다. 침대에 누워 내 손을 약하게 쥐고 있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가 아픔을 참으며 내게 웃어주는 장면에서는 SNS가 다운될 정도로 반응이 폭주했다. 우리는 매일 밤 올라오는 댓글들을 보며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웃었다. "너무 완벽해서 각본 있는 것 같다"는 댓글이 특히 아이러니했다.

D-30, 그날 밤 그는 내게 속삭였다. "난 살고 싶어. 이 드라마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던 그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시청자들은 보지 못했다. 오직 나만 볼 수 있는 각도였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카메라를 끄고 프로듀서에게 전화했다.

D-1, 전국이 우리의 마지막을 지켜보기 위해 TV 앞에 모였다. 그의 창백한 얼굴을 쓰다듬으며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과의 시간이 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드라마였어요." 카메라 불빛이 깜빡이고, 시청자들의 흐느낌이 들리는 듯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대사를 남겼다. "사랑해, 영원히."

D-Day, 병실은 텅 비어있었다. 시청자들은 혼란에 빠졌고, 프로듀서는 긴급 생방송을 편성했다. "어젯밤 남자친구의 상태가 급격히 호전되어 실험적 치료를 위해 비밀리에 외국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여기서 종영합니다."

1년 후, 나는 서울 한복판에서 그와 마주쳤다. 건강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멎는 듯했다. 그의 옆에는 카메라와 한 여자가 있었다. 그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 드라마는 당신 없이 찍기로 했어요." 내 뒤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렸다. 아, 우리의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