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로맨스: 그가 읽은 마지막 문장
내 남친이 로맨스 소설을 읽기 시작한 건 그 사고 이후였다. 침대 옆 테이블에 쌓인 책들은 매일 하나씩 늘어났고, 그의 눈빛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조금씩 달라졌다.
"이건 네가 절대 이해 못 할 거야." 그가 말했다. 마치 내가 로맨스라는 단어의 의미조차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손가락 끝으로 책 모서리를 어루만지며 그는 웃었다. 나는 그 웃음소리가 전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다. 더 깊고, 더 멀리서 오는 것 같았다.
우리의 아파트는 예전처럼 향기로웠다. 커피와 시나몬, 그리고 책들이 품고 있는 오래된 종이 냄새. 하지만 무언가 달라졌다. 그가 읽는 로맨스 소설들 사이로 우리의 현실이 조금씩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책 속에서 보냈고, 나와 나누는 대화는 점점 줄어들었다.
"이 주인공은 네가 할 수 없는 말들을 해." 어느 날 밤, 그가 갑자기 말했다. 램프 빛이 그의 얼굴 절반만 비추고 있었다. "그는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알아."
나는 침묵했다. 어쩌면 그가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5년의 시간 동안 우리는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가 알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사고 이후, 그가 두 달간 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나는 말하지 않은 모든 것들이 우리 사이에 쌓여있음을 느꼈다.
그날 밤, 나는 그의 로맨스 소설 하나를 몰래 집어들었다. 형광펜으로 밑줄 친 문장들을 따라가며 그의 마음을 읽으려 했다. 그가 왜 이 문장들에 마음을 빼앗겼는지, 왜 이 허구의 인물들이 나보다 더 그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나도 그 책들을 읽기 시작했어." 다음 날 아침, 내가 말했다. 커피잔을 테이블 위에 놓으며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로맨스 소설을?" 그의 웃음소리가 나를 관통했다. "넌 그런 감정들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
그 순간, 나는 우리 사이에 놓인 간극이 책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우리 자신이었다. 그 사고는 단지 시작점이었을 뿐. 어쩌면 우리는 그 전부터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제, 그는 마지막 로맨스 소설을 읽고 책장을 닫았다. 짐을 싸면서 그가 말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항상 완벽한 말로 서로를 구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때로는 아무리 완벽한 말이라도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어."
그가 떠난 후, 나는 그의 책들을 하나씩 펼쳐보았다.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을 때, 형광펜으로 밑줄 친 마지막 문장을 발견했다: "진정한 로맨스는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두 사람 사이에 있다." 그리고 그 옆에 그의 필체로 쓰여진 질문: "우리는 정말 서로를 이해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