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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보드게임

남친과의 보드게임: 인생을 건 승부

그는 주사위를 던지며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이상하게 들린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주말마다 하는 보드게임 데이트, 오늘은 부동산 거래 게임이었다. 남자친구 민수는 항상 이런 전략 게임에서 이겼지만, 오늘만큼은 내가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이번엔 내가 이길 것 같은데?" 내가 말했다. 그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테이블 위 플라스틱 건물들이 형광등 불빛 아래 작게 반짝였다.

"민아야, 이건 그냥 게임이야." 그가 말했다. 주사위를 굴려 더블을 던진 그는 자신의 말을 내 땅으로 옮겼다. 그의 손가락이 말을 쥐는 모습이 어쩐지 강박적으로 보였다. 커피 잔에서 올라오는 김이 그의 안경에 서렸다가 사라졌다.

"근데 오늘 네가 왜 이렇게 이기려고 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물었다. 어깨를 으쓱하는 그의 모습이 어색했다. 우리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그냥... 오늘은 중요해서." 그가 말했다.

규칙대로라면 내 차례였지만, 민수는 자신의 주사위를 다시 집어들었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설마 그것이...?

"이번 게임에서 내가 이기면," 그가 말했다. "이걸 받아줄래?"

상자를 열자 반지가 반짝였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민수가 계속 말했다. "지면... 음, 그래도 받아주면 안 될까?"

그때 게임판 위에 놓인 내 말이 눈에 들어왔다. 몇 턴 전부터 민수가 교묘하게 유도해 결국 내가 그의 호텔이 가득한 거리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그는 결코 져본 적이 없었다.

"잠깐만," 내가 말했다. "넌 지금 프로포즈하는 거야, 아니면 또 다른 게임을 하는 거야?"

민수의 얼굴이 굳었다. "무슨 말이야?"

"너와의 3년이 어땠는지 알아?" 갑자기 목이 메었다. "매번 네가 이기도록 내가 져주는 게임 같았어. 네 계획대로, 네 규칙대로..."

민수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말했다. "미안해. 난... 모든 걸 통제하고 싶었나 봐."

게임판을 바라보았다. 민수는 이미 이겼다. 항상 그랬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새 게임 시작할까?" 내가 제안했다. "이번엔 진짜 공정하게. 두 사람이 함께 만드는 규칙으로."

민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보드게임을 조용히 정리했다. 그리고 상자를 닫지 않은 채 나에게 건넸다. "네 차례야."

반지 대신 주사위를 집어들었다. 이번엔 우리가 함께 굴려야 할 것이다. 인생이라는 보드게임에서, 미리 정해진 승자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