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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부모님

남친과 부모님 사이, 그 어딘가에

어머니는 내가 죽은 남자친구와 대화하는 것을 보고도 아무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그저 덤덤하게 저녁 식탁에 앉아 "오늘은 그 친구 안 오니?"라고 물으셨다. 그들의 무덤덤한 반응이 더 무서웠다.

진호는 석 달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내게는 여전히 존재했다. 처음에는 거울 속에서, 그다음엔 창문 너머로, 이제는 의자에 앉아 나와 함께 식사를 한다. 진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나를 위해 부모님은 내 환각을 인정해주기로 한 모양이었다.

"민지야, 진호 군이 좋아하는 김치찌개 끓였어." 어머니의 목소리가 주방에서 울려 퍼졌다. 식탁 위에는 네 개의 수저가 놓여 있었다. 내 것, 아버지 것, 어머니 것, 그리고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을 위한 것.

진호는 내 맞은편에 앉아 미소 지었다. 그의 얼굴은 사고 전과 다름없이 선명했지만, 때때로 그의 윤곽이 흐려지는 것을 나만 알고 있었다. "부모님이 날 받아들여주셔서 다행이야," 그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부모님은 내가 허공에 대고 웃는 모습을 외면했다.

식사 도중 아버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민지야, 내일 병원에 같이 가자." 그것은 요청이 아닌 통보였다. 나는 갑자기 숨이 막혔다. 진호가 내 손을 잡았지만, 그의 손에서는 아무런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괜찮아, 민지야." 진호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 "네가 날 보내줄 시간이야." 그의 표정에는 슬픔보다 해방감이 더 많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그를 붙잡고 있었던 거였다. 내 슬픔이, 내 거부가 그를 이곳에 묶어두고 있었던 것이다.

식탁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부모님은 나를 지켜보고 있었고, 나는 진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모습이 점점 더 투명해지고 있었다.

"사랑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나는 처음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진호는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다.

그날 밤, 부모님은 내 방 문 앞에서 오랫동안 서성였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그들의 존재가 느껴졌다. 나는 문을 열고 그들을 끌어안았다. 말은 필요 없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진호를 보내고, 현실로 돌아오는 중이라는 것을.

다음 날 아침, 식탁에는 세 개의 수저만 놓여 있었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이 유난히 따스했다. 어머니는 내 어깨를 감싸며 미소 지었고, 아버지는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내 등을 토닥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빈 의자를 바라보았다. 그곳에 진호는 없었지만, 우리의 추억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