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소설: 창작된 사랑의 경계
그가 내 소설 속으로 걸어 들어온 것은 비가 내리던 수요일 오후였다. 내가 소설에서 묘사한 남자친구의 모습 그대로였다. 검은 우산을 든 채,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를 보는 순간, 나는 커피를 쏟고 말았다. 내가 소설에서 썼던 첫 만남의 장면 그대로였다.
"혹시 김하연 작가님 아니신가요?" 그의 목소리는 제법 낮고 부드러웠다. 내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의 목소리를 설명했던 바로 그 형용사들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쏟아진 커피를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는 햇빛을 받아 미세하게 반짝였고, 왼쪽 광대뼈 아래에는 작은 점이 있었다.
"어떻게 저를 아시죠?" 내 질문에 그는 웃음을 지었다. 내가 소설 속에 묘사했던 바로 그 미소였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와 드러나는 하얀 이.
"당신의 소설 '그와 나의 거리'를 읽었어요. 놀랍게도 소설 속 주인공이 저와 너무 닮았더군요. 심지어 이름까지 저와 같아서요."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그가 내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의 이름을 말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정태윤 씨."
그의 놀란 표정이 나를 더 당혹스럽게 했다. 나는 허구의 인물을 창조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현실에 존재했다. 그는 다음 며칠 동안 나를 찾아왔고,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그가 좋아하는 음악,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 그의 꿈까지. 모든 것이 내 소설 속 남자 주인공과 일치했다.
우리는 소설 속에서처럼 연인이 되었다. 나는 그를 사랑했고, 그도 나를 사랑했다. 하지만 밤마다 노트북을 열고 소설을 쓸 때마다, 불안은 커져갔다. 내가 묘사한 대로 정확히 행동하는 그를 볼 때마다, 의문은 깊어졌다. '내가 현실을 소설로 쓴 것인가, 아니면 소설이 현실이 된 것인가?'
어느 날 밤, 용기를 내어 소설의 결말을 바꿨다. 소설 속 주인공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자친구를 잃는다. 그리고 다음 날, 태윤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그는 사라졌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정태윤이라는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아파트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고, 그가 다녔다던 회사에도 그런 사람은 없었다.
한 달 후,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내 소설이 드디어 출간된다는 소식이었다. 책을 받아들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데, 그곳에는 내가 쓰지 않은 문장이 있었다.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 갇힐 수도, 그 세계를 파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세계의 인물들은 언제나 작가의 마음속에 살아있다."
창밖을 바라보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검은 우산을 든 한 남자가 카페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잠시 후, 출판사에서 오늘 함께 미팅하기로 한 새 담당자라며 소개받은 남자는 왼쪽 광대뼈 아래 작은 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정태윤이 아니었다. 그는 내게 말했다. "작가님의 다음 소설이 기대됩니다. 새로운 이야기는 어떤 내용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