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과 여사친: 진실의 경계선
현관문 슬롯으로 쏟아져 들어온 햇빛이 수민의 발등을 찌를 때, 그녀는 포착하지 말았어야 할 문자를 보고 말았다. "오늘 밤 열한시. 우리 장소에서. -지은"
수민은 창백해진 손가락으로 현준의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현준이 욕실에서 물소리를 내는 동안,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폭풍우였다. 여사친 지은. 언제나 '그냥 친구'라고 현준이 강조했던 그 여자. 머리카락 한 올에도 향수 냄새가 배어있고, 웃을 때마다 필연적으로 현준의 팔을 건드리는 그 여자.
"핸드폰 봤어? 누가 연락했나?" 현준이 수건으로 머리를 문지르며 욕실에서 나왔다. 물방울이 그의 어깨에서 흘러내렸다.
"아니, 그냥 울더라고." 거짓말이 너무 쉽게 튀어나왔다. "우리 오늘 저녁에 뭐 할까?"
"음... 미안해 수민아. 오늘 밤에 갑자기 회사 일이 생겼어. 밤늦게까지 야근해야 할 것 같아."
수민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스무 달 동안 사랑했던 눈. 그 눈에 거짓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녀는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나도 밀린 드라마 좀 볼까 했어."
해가 저물고 시계바늘이 열시를 가리켰을 때, 수민은 택시에 올랐다. "신사동 카페 거리요." 그녀가 말했다. 지은이 일하는 카페가 있는 곳이었다. '우리 장소'라는 건 그곳일 수밖에 없었다.
카페 건너편 어두운 골목에서, 수민은 기다렸다. 열한 시 정각, 지은이 카페의 불을 끄고 나왔다. 그리고 예상대로, 현준이 골목에서 나타나 지은을 안았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수민의 예상과 달랐다.
"드디어 다 끝났어. 두 달 동안 너무 힘들었어." 지은이 말했다.
"고마워, 정말. 수민이 생일 파티를 이렇게까지 비밀로 준비할 줄은 몰랐어."
현준이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수민이 몇 달 전 우연히 보고 좋아했던 목걸이가 있었다. "이거 구하느라 발품 참 팔았다니까. 내일이면 드디어 줄 수 있겠네."
수민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의 생일은 내일이었다.
지은이 웃었다. "너무 귀여워. 남친이 여사친한테 애인 선물 골라달라고 도움 요청하다니. 전형적인 남자네 정말."
골목을 빠져나오면서, 수민은 자신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꼈다. 때로는 가장 명백해 보이는 진실이 실은 우리의 두려움이 만든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내일 아침 현준에게 무슨 얼굴로 대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심을 고백해야 할까, 아니면 그저 놀란 척해야 할까. 어쩌면 둘 다 진실의 경계선 어딘가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