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영상 속 남친: 온전한 사랑의 길이
스마트폰 속 남친은 15초마다 반복해서 웃었다. 내가 그의 영상을 저장한 건 이별 다음 날이었다. 삭제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려두었지만, 결국 '즐겨찾기'를 눌렀다.
"다시 봐도 좋을까?"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밤하늘처럼 어두운 방 안에서 화면의 푸른빛이 내 얼굴을 비췄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그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영상 속 그는 내가 던진 농담에 기분 좋게 웃다가 갑자기 카메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만 찍어, 민지야." 그때 영상은 끝났다.
15초. 우리의 2년이 15초로 압축되었다. 이상하게도 그 짧은 영상에는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감정이 담겨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 첫 싸움 후의 화해, 생일에 준비했던 깜짝 파티, 그리고 마지막 헤어짐까지.
오늘로 일곱 번째 밤이다. 일주일간 매일 밤 그 영상을 보며 잠들었다. 친구들은 내게 "그만 봐, 상처만 커진다"고 말했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그 15초 속에서 내가 찾는 것이 있었다.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에 대한 답, 어쩌면.
여덟 번째 밤, 정확히 서른두 번 영상을 반복해서 본 후에야 깨달았다. 매번 그가 웃을 때마다 나는 그의 눈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결코 카메라를 향하지 않았다. 항상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창문을 열었다. 초여름 밤바람이 커튼을 살랑거리게 했다. 삭제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메시지가 도착했다. "민지야, 잘 지내? 얼굴 보고 싶어서..."
화면을 바라보는 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번에는 내가 카메라를 들 차례였다. 답장을 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그의 15초 영상을 재생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사랑은 영상처럼 짧게 반복되는 게 아니라, 매 순간 새롭게 선택하는 것임을.
삭제 버튼을 눌렀다. 15초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온전한 사랑을 위해, 나는 과거의 영상이 아닌 실제 그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