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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유튜버

남친 유튜버: 프레임 너머의 진실

그가 내 얼굴을 프레임에 완벽하게 담으려 카메라를 조정하는 순간, 나는 처음으로 남자친구의 눈동자에 내 모습이 아닌 조회수가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자기, 조금만 더 왼쪽으로... 그렇지, 그 표정 완벽해." 민준의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어쩐지 녹음용 마이크를 향해 더 크게 울렸다. 스튜디오로 개조된 우리 원룸은 LED 조명의 차가운 흰빛으로 가득했다. 촬영 장비들 사이에서 쿠션 하나 놓을 공간도 찾기 힘들었다.

6개월 전, 그의 채널 '민준의 일상'은 구독자 5천에 불과했다. 우리의 첫 데이트 영상을 올린 날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우리 연애가 콘텐츠가 될 줄은 몰랐어"라며 웃던 민준은 이제 '커플 유튜버'라는 정체성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구독자 50만, 월 수입 7자리. 우리의 일상은 철저히 계산된 콘텐츠 일정에 맞춰 돌아갔다.

"이번 영상은 '남자친구가 갑자기 이별을 통보한다면?' 컨셉이야. 너 놀라는 반응이 진짜 중요해." 그가 말했다. 카메라 앞에서의 '이별 통보' 연기.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가슴 한편이 무거웠다.

촬영이 시작됐다. 민준은 완벽한 배우였다. 눈물까지 글썽이며 이별을 고하는 그의 연기에 나도 모르게 진짜 눈물이 흘렀다. "컷!" 그가 외쳤다. "와, 진짜 리얼했어! 이거 대박 날 것 같아!"

그날 밤, 편집 중인 민준의 모니터를 몰래 들여다봤다. 내 진짜 눈물이 흐르는 장면에 그가 자막을 달고 있었다. '여러분 이 눈물 진짜예요 ㅠㅠ 여친 연기 실력 미쳤죠?'

다음 날, 갑자기 SNS가 폭발했다. 민준의 전 여자친구가 올린 폭로글 때문이었다. '모든 영상은 각본대로 진행됐다. 우리의 이별마저도.' 민준은 당황했지만, 금세 이것도 콘텐츠로 만들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라이브 방송.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조용히 가방을 쌌다. 내 진짜 눈물은 더 이상 그의 콘텐츠가 될 수 없었다. 메모 한 장만 남겼다. "우리 이별 영상, 잘 나왔으면 좋겠어. 이번엔 진짜야."

문을 나서는 순간, 민준의 휴대폰에 알림이 울렸다. 구독자 100만 달성. 그리고 문이 닫히는 소리는 그 어떤 카메라도 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