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의 재밌는 비밀
그가 웃으면 왼쪽 눈가에 세 개의 주름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우리가 만난 지 정확히 387일째 되는 날이었다. 강현우, 내 남친은 웃을 때마다 달라졌다. 살짝 미소 지을 땐 입꼬리만 올라갔고, 진짜 웃을 땐 왼쪽 눈가에만 주름이 생겼다. 그리고 폭소할 땐... 아, 그건 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어제까지는.
"민아, 나 오늘 늦을 것 같아. 미안." 강현우의 문자를 받은 건 저녁 7시였다. 평소라면 그의 말을 그대로 믿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로부터 정확히 400일째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회사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회사 건물에서 나오는 그를 보았다. 그런데 그의 옆에는 낯선 여자가 있었다.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며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그것을 보았다. 왼쪽 눈가에 생기는 세 개의 주름과 함께 터져 나오는 폭소.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의 진짜 웃음.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들을 몰래 따라갔다. 두 사람은 근처 아케이드로 들어갔고, 나는 멀찍이 떨어져 지켜봤다. 농구 게임, 댄스 게임, 인형 뽑기... 모든 게임마다 강현우는 폭소했다. 그 낯선 여자와 함께할 때, 그는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들을 지었다.
"지영아, 이건 진짜 너무 재밌는 거 아니야?" 강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영이라... 그녀의 이름이구나. 뭔가 이상했다. 그들의 관계는 연인 같지 않았다. 너무 편안해 보였고, 어딘가 닮아 있었다.
용기를 내어 그들 앞에 나타났다. "현우야." 내 목소리를 들은 강현우는 깜짝 놀라며 얼굴이 하얘졌다. "민아? 여긴 어쩐 일로..."
"누구세요?" 지영이라는 여자가 물었다.
"아... 그러니까..." 강현우가 더듬거렸다.
"저는 현우 남친이에요." 내가 말했다.
예상과 달리 지영은 놀라는 대신 폭소를 터뜨렸다. "오빠, 네가 그렇게 소심할 줄은 몰랐어. 여자친구한테 내 존재를 400일 동안이나 숨겼다고?"
강현우의 얼굴이 붉어졌다. "미안해 민아, 이 사람은 지영이... 내 쌍둥이 여동생이야. 원래는 오늘 깜짝 소개시켜주려고 했는데..."
지영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오빠가 너무 소심해서 혼자 고민하다가 결국 오늘 나한테 SOS를 친 거야. '어떻게 소개시켜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그날 밤, 우리 셋은 뒤늦은 400일 기념파티를 했다. 지영은 강현우의 숨겨진 모든 유치하고 재밌는 비밀들을 폭로했고, 처음으로 나는 그의 진짜 폭소를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왼쪽 눈가에 주름이 셋, 오른쪽에 둘. 그리고 처음 알게 된 사실 - 너무 웃으면 그의 코끝이 발갛게 변한다는 것.
사랑은 결국 상대방의 모든 면을 알아가는 과정이란 걸, 그날 밤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리고 남은 삶 동안 강현우의 더 많은 재밌는 비밀들을 발견할 것이라 기대하며 웃었다. 아마도 내 눈가에도 주름이 생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