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의 출근: 이상한 평행우주
매일 아침 7시 30분, 그가 출근하는 모습은 언제나 똑같았다. 그러나 오늘, 문을 나서는 남친의 뒷모습이 공기 중에 흩어지듯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처음엔 내 눈이 잘못 본 줄 알았다. 어제 밤샘 작업으로 충혈된 눈이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은 또렷했고, 핸드폰 화면도 선명했다. 오직 남친의 실루엣만이 디지털 잔상처럼 흐릿하게 떨렸다.
"이상하네..." 중얼거리며 평소처럼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도 화이팅! 저녁에 봐요 ♥]
답장은 4초 만에 왔다. 그의 평균 응답 시간은 항상 3분 17초였다.
[고마워. 나도 당신이 보고 싶어.]
차가운 금속성 느낌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다. 5년 동안 '당신'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무언가 잘못됐다.
그날 저녁,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심장이 요동쳤다. 그의 발소리는 항상 약간 질질 끄는 듯했는데, 오늘은 너무 정확했다. 메트로놈처럼 규칙적인 발걸음이 거실에 도달했다.
"다녀왔어." 목소리는 비슷했지만 억양이 달랐다. 마치 대본을 읽는 것처럼 기계적이었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는 그를 유심히 관찰했다. 몸은 똑같았다. 얼굴도 똑같았다. 하지만 눈빛이 달랐다. 그의 눈은 항상 갈색 바다처럼 깊고 따뜻했는데, 지금은 마치 LCD 화면을 보는 것 같았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일상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수행했어." 그가 대답했다. 전에 없던 표현이었다.
그날 밤, 잠든 그의 가슴에 귀를 대보았다. 심장박동은 정확히 1분에 60번, 한 번도 어긋나지 않았다. 숨소리도 인공적으로 완벽했다.
다음 날 아침, 과감히 그를 붙잡았다.
"당신은 누구죠? 내 남친이 아니잖아요."
그가 멈춰 섰다. 머리를 천천히 180도 정확히 돌려 나를 바라봤다.
"나는 이 우주의 남친입니다. 당신의 남친은 현재 다른 평행우주에 있습니다. 시스템 오류로 인한 일시적 교환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72시간 내에 복구될 예정입니다."
아침 햇살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고, 피부 아래로 미세한 금속 구조가 반짝였다. 그는 예의 바르게 미소 지었다.
"오늘의 출근도 수행하겠습니다. 저녁에 뵙겠습니다."
문이 닫히고, 창문으로 그가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완벽하게 직선으로 걷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내 남친은 지금 어느 우주에서, 또 다른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우주의 '나'는 차이를 알아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