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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판타지

남친과 판타지: 현실을 넘어선 사랑

남친이 실종된 지 정확히 100일째 되는 날, 그의 집 우편함에서 낯선 열쇠를 발견했다. 경찰은 이미 수사를 포기했고, 주변 사람들은 내게 "이제 그만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말했지만, 그 작은 황동 열쇠는 마치 운명처럼 내 손바닥에 꼭 맞았다.

열쇠의 이빨 부분이 유독 복잡했다. 마치 고대 유물처럼 정교하게 새겨진 패턴은 내가 본 어떤 열쇠와도 달랐다. 진도와 나는 1년 전 술에 취해 서로의 집 열쇠를 교환했었다. "이게 약속이야, 우리 사이에 닫힌 문은 없어." 그날 밤 그가 웃으며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열쇠를 손에 쥐자 이상하게도 따뜻해졌다. 진도의 방 구석구석을 뒤지며 무언가를 찾았다. 책장, 옷장, 서랍... 아무것도 없었다. 지쳐 그의 침대에 누웠을 때, 천장의 작은 문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문이었다.

사다리를 가져와 올라가 열쇠를 꽂았다. 완벽하게 맞았다. 문이 열리자 빛이 쏟아져 나왔다. 고개를 들이밀자 그곳은... 책에서만 보던 판타지 세계였다. 푸른 초원과 거대한 나무들, 멀리서 반짝이는 수정 성까지. 망설임 없이 나는 그 문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왔구나." 진도의 목소리였다. 그는 내 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어깨에는 섬세한 문양의 망토가 걸쳐져 있고, 손에는 빛나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난 너를 기다렸어. 100일이란 시간이 필요했어, 두 세계 사이의 문을 너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그가 말했다. "이곳은 내가 태어난 세계야. 100년 전, 나는 다른 세상을 보기 위해 너희 세계로 건너갔지. 그리고 너를 만났어."

"그럼 실종된 게 아니었던 거야?" 내 목소리가 떨렸다.

"내 힘이 약해져서 돌아와야 했어. 이제 선택은 네 몫이야. 나와 함께 이 세계에 머물거나, 네 세계로 돌아가거나."

망설였다. 가족, 친구들, 내 삶... 모든 것을 두고 올 수 있을까? 하지만 진도의 눈을 바라보았을 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언제나 네 옆이 내 자리야." 내 대답에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날 밤, 우리는 수정 성의 발코니에서 두 개의 달이 떠오르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진도의 손이 내 손을 감싸안았다. 내가 사랑했던 남친은 판타지 세계의 왕자였고, 이제 나는 두 세계를 모두 아는 유일한 인간이 되었다. 때로는 가장 비현실적인 선택이 가장 현실적인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