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과 포켓몬: 그가 숨긴 비밀
처음 민호의 집에 갔을 때, 나는 그의 서랍에서 포켓볼을 발견했다. 진짜 포켓볼이었다. 빨간색과 흰색의 경계가 선명하고, 가운데 버튼까지 정교하게 구현된 완벽한 복제품. 단순한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다.
"이거 뭐야?" 내가 물었을 때 민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마치 유리잔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놀란 표정이었다.
"그냥... 어릴 때부터 수집한 거야."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떨렸고, 나는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남친과 6개월째 만남을 이어오면서, 그에게는 이상한 점들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일, 밤에 몰래 집을 빠져나가는 행동, 그리고 가끔씩 주머니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울음소리. 하지만 사랑은 때로 맹목적이라 그런 것들을 모두 무시했다.
그날 밤, 민호가 샤워하는 동안 나는 다시 그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여섯 개의 포켓볼이 정렬되어 있었다. 호기심에 못 이겨 하나를 집어들었다. 가벼운 플라스틱 장난감이 아니었다. 묵직했고, 따뜻했으며, 무엇보다도 - 내 손안에서 움직였다.
놀라서 포켓볼을 떨어뜨렸고, 그것은 바닥에 부딪혀 열렸다. 섬광 같은 빛이 방을 가득 채웠고, 눈을 떴을 때 내 앞에는 파이리가 서 있었다. 만화에서만 보던, 불꽃 꼬리를 가진 작은 도마뱀 같은 생물이.
"파이 파이!" 그것이 말했다. 실제로 말했다. 나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그 순간 젖은 머리로 샤워실에서 뛰쳐나온 민호가 내 입을 가렸다.
"제발, 설명할게." 그가 절박하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다른 차원에서 왔다고 고백했다. 포켓몬이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에서. 차원 간 연구를 하던 중 사고로 이곳에 오게 되었고, 여섯 마리의 포켓몬만이 그와 함께했다고. 그리고 어느 날 카페에서 나를 만났을 때,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느꼈다고.
"믿기 힘들겠지만, 진짜야. 그리고... 나 정말 널 사랑해."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고백이 우스워서가 아니었다. 내가 오랫동안 숨겨온 비밀이 떠올라서였다. "사실, 나도 너한테 보여줄 게 있어."
내 가방에서 꺼낸 것은 낡은 게임보이와 포켓몬 레드 카트리지였다. 화면을 켰을 때 나타난 것은 게임이 아닌, 작은 포털이었다. 민호의 세계로 가는 입구.
"혹시... 집에 가고 싶니?" 내가 물었다.
민호는 내 손을 꼭 잡았다. 포켓볼을 든 그의 손이 떨렸다. "집은 네가 있는 곳이야."
오늘 밤, 우리는 세계를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어쩌면, 두 세계 모두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