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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남친

노래의 남친: 메아리가 돌아오다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지하철 객차 안이 물속에 잠긴 듯 고요해졌다. 현지는 귀에 꽂은 이어폰을 당황스럽게 뽑아보았지만, 그 목소리는 기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열여덟 번째 생일 이후로 세상의 모든 노래는 그녀에게 같은 목소리로 들렸다. 그것도 죽은 남자친구의 목소리로.

"네가 좋아했던 이 멜로디, 기억해?" 노래가 속삭였다. 현지는 심장이 멎는 기분으로 손잡이를 꽉 쥐었다. 주변의 승객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각자의 세계에 빠져있었다. 그녀의 귀에만 들리는 현상이었다.

정확히 1년 전, 서준은 그녀를 위해 작곡한 노래를 들려주겠다며 스튜디오로 초대했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후로 현지는 모든 음악을 끊었다. 라디오도, 스트리밍 서비스도, 길거리의 버스킹도 피했다. 하지만 열여덟 번째 생일날 아침, 알람 소리가 서준의 목소리로 들려왔다.

"네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아직도 모르겠어." 지하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안내방송마저 서준의 음색으로 변조되어 들려왔다. 현지는 손바닥에 손톱을 파묻었다. 정신과 의사는 이것이 외상 후 스트레스의 일종이라 했지만, 약물치료도 상담도 소용이 없었다.

출구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현지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백화점의 배경음악, 카페의 재즈, 헬스장의 팝송까지. 모든 멜로디는 결국 서준의 목소리가 되어 그녀를 쫓아왔다. "네가 날 붙잡고 있는 거야, 아니면 내가 널 못 보내는 거야?"

그날 밤, 현지는 오랫동안 열지 않았던 피아노 앞에 앉았다. 서준이 작곡했던 그 노래의 악보를 꺼내 건반 위에 올려놓았다. 첫 음을 누르자 공기가 진동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멜로디가 방 안에 퍼져나갔지만, 이번엔 서준의 목소리가 덧입혀지지 않았다.

"이게 네가 마지막으로 원했던 거야?" 현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네 노래를 완성하는 거?"

창문 밖으로 별빛이 쏟아졌다. 피아노의 마지막 음이 공중에 남아 떨리는 동안, 현지는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그 순간, 서준의 목소리는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듀엣이 되었다가, 천천히 메아리처럼 사라져갔다.

다음 날 아침, 알람 소리는 그저 알람 소리였다. 거리의 음악은 그저 음악이었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현지가 피아노를 칠 때면 멀리서 누군가 화음을 맞추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한때 그녀의 남자친구였던, 이제는 노래가 된 사람의 흔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