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대표님의 언어
대표님은 노래할 때만 웃었다. 엄격한 회의실에서는 늘 날카로운 목소리로 실적을 다그치던 사람이, 매주 금요일 저녁 사내 노래방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나는 그것을 '프라이데이 필터'라고 불렀다. 수치와 그래프로 가득한 세상에서 음표로 탈출하는 그의 비밀 통로.
"김 대리, 오늘도 참석하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대표님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엔 없는 설렘이 묻어났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절할 수 없는 '권유'였으니까.
사실 나는 대표님의 노래방 세션이 불편했다. 평일의 수직적 관계가 주말의 문턱에서 갑자기 수평적으로 변하는 그 어색한 전환. 하지만 그날 밤, 모든 것이 달라졌다.
평소와 같이 대표님은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나 선곡은 달랐다. 언제나 80년대 록발라드를 고집하던 그가 최신 아이돌 노래를 선택했다. 직원들 사이에 웃음이 퍼졌다. 그러나 웃음은 곧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대표님은 완벽하게 안무까지 소화해냈다. 흔들리는 조명 아래 그의 얼굴에서 나는 처음으로 진짜 기쁨을 보았다.
"사실 제 딸이 이 그룹의 팬이에요. 지난 주말에 콘서트 티켓을 구해주려고 줄까지 섰답니다." 노래가 끝난 후 대표님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아빠로서 딸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었어요."
나는 잠시 떨어진 자리에서 그를 바라보았다. 회사를 이끄는 CEO가 아닌, 딸을 위해 안무를 연습한 아버지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다음 월요일, 나는 용기를 내어 대표님 사무실을 노크했다. "제가 작곡한 곡인데,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대표님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어폰을 꽂았다.
세 분 후, 그가 이어폰을 빼고 말했다. "이번 신제품 광고에 이 노래를 쓰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두 달 후, 내 노래는 회사의 시그니처 송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마케팅팀에서 음악 디렉터로 부서를 옮겼다. 대표님은 다른 회사 경영진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숫자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우리는 노래로 소통하는 회사가 될 것이다."
때로는 노래 한 곡이 수백 개의 단어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한다. 그리고 가끔은, 가장 뜻밖의 사람에게서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가, 당신이 듣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