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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맛집

마지막 노래가 들리는 맛집

첫 커튼 콜을 받던 날, 나는 목이 마르다는 걸 알았다. 기적같은 데뷔 무대 후 우연히 들어간 골목 안 작은 가게가 내 운명을 바꿀 줄은 몰랐다.

"한 번 오면 평생 잊지 못하는 맛"이라는 허름한 간판 아래, 타일 바닥과 녹슨 철제 의자만 있는 그곳은 전형적인 맛집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방에서 흘러나오는 고소한 참기름 향과 끓는 육수 소리, 손님들의 맥주잔 부딪히는 소리가 어우러져 묘한 화음을 만들어냈다. 아무도 내게 주목하지 않았다.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와는 다른 종류의 평온함이었다.

"여기 뭐가 맛있나요?" 묻자 억센 손을 가진 할머니 주인장이 내게 수제비 한 그릇을 내밀었다. 맑은 국물에 손으로 찢은 듯한 수제비가 둥둥 떠 있었다. 첫 숟가락을 입에 넣는 순간, 나는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서 들었던 자장가가 귓가에 울렸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내 말에 할머니는 씨익 웃기만 했다.

그날 이후 공연이 끝날 때마다 나는 그곳을 찾았다. 이상하게도 매번 먹는 음식마다 각기 다른 노래가 내 기억 속에서 흘러나왔다. 뜨끈한 감자탕에선 첫 사랑과 들었던 OST가, 매콤한 낙지볶음에선 어머니가 청소할 때 불렀던 대중가요가, 시원한 콩국수에선 학창시절 친구들과 따라 부르던 히트곡이 떠올랐다.

"할머니, 이 비법이 뭐예요? 왜 할머니 음식을 먹으면 제 기억 속 노래가 들리는 거죠?"

할머니는 주방 깊숙한 곳에서 오래된 레코드판을 꺼냈다. "내 요리에는 노래가 있어. 네가 들은 건 네 노래고."

데뷔 1주년이 되던 날, 나는 심각한 성대 결절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수술을 권했고, 성공률은 60%라고 했다. 수술이 실패하면 다시는 노래를 부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며 나는 그 맛집을 찾았다.

할머니는 말없이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을 내밀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게 이야기했다. "노래는 목에만 있는 게 아니야. 맛처럼, 기억 속에도, 마음속에도 있지." 보리차를 마시자 어떤 노래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 고요함이 내 안을 채웠다.

수술 다음 날, 의사는 놀란 표정으로 내 목을 다시 검사했다. 결절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첫 무대에 다시 오른 날, 나는 할머니의 맛집을 찾았지만 가게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주변 상인들은 그 자리에 맛집이 있었던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도 노래를 부를 때면 나는 음식 맛을 떠올린다. 관객들은 말한다. 내 노래에서 그리움과 위로가 함께 느껴진다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맛보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그 순간에 깃든 노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