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학교맛집

학교 뒤 맛집: 시간이 멈춘 곳

학교 종이 울리는 순간,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뒤편 담장 너머로 향한다는 걸 김교수는 알고 있었다. 20년간 같은 자리에서 강의를 해온 그에게 창문 밖 풍경은 변함없는 일상의 한 조각이었다. 학교 담장 너머, 좁은 골목 끝에 자리한 그 작은 식당만큼은.

"시간이 멈춘 곳"이라고 학생들은 그곳을 불렀다. 간판도 없고, 메뉴판도 없는 그 식당은 대학가의 어떤 화려한 맛집보다 강력한 존재감으로 버티고 있었다. 김교수는 오늘도 강의를 마치고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골목을 지나 문을 열자 익숙한 된장찌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하루의 피로가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교수님, 오늘도 평소 메뉴로 드릴까요?" 주인 할머니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따뜻했다. 이 할머니는 식당을 연 첫날부터 지금까지 혼자서 이곳을 지켜왔다. 학생들 사이에선 할머니가 실은 젊었을 때 이 학교 급식실에서 일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교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할머니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밥상을 차렸다.

창가 자리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김교수의 시선이 벽에 걸린 낡은 사진에 머물렀다. 언제 봐도 새롭게 느껴지는 그 사진 속에는 젊은 여자와 남자가 학교 교문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누렇게 바랜 사진 속 배경은 분명 지금의 학교 모습이었다.

그때였다. 옆자리에 앉은 젊은 여학생이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교수님, 이 식당에 대한 이야기 들어보셨어요? 할머니가 젊었을 때 이 학교 교수였던 약혼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김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할머니가 밥과 찌개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오늘따라 할머니의 눈빛이 김교수의 얼굴을 오래 응시했다.

"맛있게 드세요, 교수님." 할머니의 목소리에 어딘가 익숙한 떨림이 있었다.

첫 숟가락을 들자 갑자기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치는 기억. 대학 시절 같은 강의를 들었던 여학생, 졸업 후 약혼까지 했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연락이 끊겼던... 김교수는 벽에 걸린 사진을 다시 바라보았다. 낡은 사진 속 젊은 남자는 분명 자신이었다.

밥을 먹는 내내 김교수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하는 그에게 할머니는 항상 그랬듯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 또 오세요, 기다릴게요."

학교로 돌아가는 길, 김교수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골목 끝 그 작은 식당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 자리엔 오래된 벽돌담만이 햇빛 아래 서 있었다. 그리고 담벼락에 붙은 바랜 전단지 하나. "1980년 학교 인근 화재 사고로 식당 주인 사망..." 김교수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의 손에는 방금 전 먹었던 식사의 온기가 아직도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