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공포: 거울 속 낯선 그림자
내 몸을 잡아먹기로 한 건 다이어트가 아니라 내 안의 괴물이었다. 거울 앞에 서서 살을 꼬집던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하루 한 끼를 건너뛰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한 끼가 두 끼가 되고, 두 끼가 세 끼가 되었다. 나는 하루에 사과 반쪽과 물 한 잔으로 버티는 법을 배웠다.
65kg에서 50kg, 다시 45kg으로 내려가는 숫자를 볼 때마다 내 안의 목소리는 속삭였다. "아직 부족해. 더 줄여야 해." 거울 속 내 모습은 점점 왜곡되어 갔다. 뼈가 도드라질수록 거울 속 나는 오히려 더 살찐 것처럼 보였다. 다리 사이가 맞닿지 않는 틈새로 빛이 새어 들어와도, 갈비뼈가 하나하나 셀 수 있을 정도로 튀어나와도, 나는 여전히 살을 더 빼야 한다고 느꼈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소리를 들으며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툭, 툭, 툭. 불규칙한 리듬으로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내 몸에서 나는 소리인데, 마치 낯선 존재가 내 안에서 탈출하려는 것 같았다. 손가락이 저릿저릿 감각이 없어지고, 어지러움이 밀려왔다.
화장실로 비틀거리며 걸어가 거울을 바라봤을 때, 나는 숨을 멈췄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 뒤로 어둠 속에서 나온 듯한 그림자가 있었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다시 거울을 보니, 그림자는 내 윤곽을 그대로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아니었다. 내가 마른 팔을 올리면, 그림자는 살찐 팔을 들어올렸다. 내가 뼈만 남은 얼굴을 만지면, 그림자는 통통한 뺨을 쓰다듬었다.
"넌 날 볼 수 없지만, 난 항상 널 보고 있어." 거울 속 그림자가 속삭였다. "넌 날 죽이려 하지만, 내가 죽으면 너도 함께 죽어."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미워하던 살, 내가 잘라내려 했던 몸의 일부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나는 천천히 자신을 죽이고 있었다. 내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공허와 공포뿐이었다.
그날 밤 처음으로 오랜만에 저녁을 먹었다. 조그만 밥 한 공기와 국 한 그릇.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들어 입에 넣었을 때, 거울 속의 그림자가 미소 지었다. 식사를 마치고 거울을 다시 봤을 때, 그림자는 조금 희미해져 있었다.
다이어트의 공포는 체중계의 숫자나 옷 사이즈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 거울 속에 나타난 낯선 그림자였다. 오늘도 나는 거울 앞에 선다. 그러나 이제는 그림자와 싸우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매일 아침, 나는 그림자에게 속삭인다. "오늘도 살아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