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다이어트남친

다이어트의 역설: 남친이 떠난 자리

식탁 위에 놓인 샐러드 그릇이 나를 비웃었다. 하루 종일 먹은 것이라곤 그것뿐인데, 체중계 숫자는 어제와 똑같았다. 세 달간의 다이어트로 10kg을 감량한 나는 드디어 민수가 좋아할 모습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 "살만 빼면 완벽할 텐데"라던 그의 말이 귓가에서 맴돌았다.

휴대폰이 울렸다. 민수였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동안의 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이 왔다.

"우리 오늘 만날까? 중요한 얘기가 있어."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날씬해진 내 모습. 볼록했던 뺨은 들어가고, 헐렁해진 옷은 세 번이나 갈아입었다. 민수가 항상 말하던 "예쁜 몸매"에 가까워진 내 모습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카페에 들어서자 민수는 이미 와 있었다. 그의 눈이 나를 훑었지만, 예상했던 놀라움은 없었다.

"진짜 많이 변했네."

그의 목소리에 생각보다 열정이 없었다. 왜지? 칭찬이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 우리 그만 만나자."

민수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다이어트, 그를 위한 모든 노력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소리만 들렸다.

"왜...? 내가 뭘 잘못했는데? 너가 원하는 대로 살도 뺐고..."

민수는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한참을 망설였다.

"너무 변했어. 살만 빠진 게 아니라... 네 자신도 없어졌어. 항상 칼로리 계산하고, 만날 때마다 식당 메뉴 걱정하고, 넌 예전의 활기찬 모습이 좋았어. 이젠 다이어트 말고는 대화할 게 없더라."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내가 그를 위해 버렸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그가 사랑했던 나의 일부였다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 편의점 앞에서 멈췄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은 분명 예뻐졌지만, 눈빛에는 생기가 사라져 있었다. 아이스크림 코너 앞에서 망설이다 손을 뻗었다. 첫 숟가락을 입에 넣는 순간, 오랫동안 잊고 있던 달콤함이 혀끝에 퍼졌다.

그날 밤, 다이어트 앱을 삭제했다. 하루만이라도 칼로리를 세지 않고 살아보기로 했다. 어쩌면 진짜 다이어트는 이제부터 시작인지도 모른다. 남친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진짜 나로 돌아가는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