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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대표님

다이어트의 이유: 대표님의 비밀

그날 아침, 김대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대표님의 향수 냄새를 맡았다. 평소보다 세 시간 일찍 출근했는데도 대표님이 먼저 와 있었다. 40층 대표이사실까지 가는 동안 엘리베이터에 흔적처럼 남은 향수는 분명 대표님 것이었다. 달콤하면서도 무거운, 회사 전체가 그 향기를 알고 있는 시그니처 향이었다.

회사에 입사한 지 5년. 김대리는 주 3회 대표님의 다이어트식을 담당했다. 출근길에 유기농 샐러드 가게에 들러 대표님 점심을 준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대표님의 다이어트는 회사의 암묵적 비밀이었다. 몸무게와 식단은 그의 최고 기밀이었다. 다들 알지만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는 것. 매일 아침 채워지는 그의 냉장고, 고작 300칼로리짜리 도시락통. 김대리만이 그의 다이어트 여정의 유일한 목격자였다.

"김대리, 오늘 메뉴는 뭐지?" 대표님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피곤해 보였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

"케일과 퀴노아 샐러드입니다. 드레싱은 사이드로 준비했고요." 김대리는 냉장고에 도시락을 넣으며 대답했다.

대표님은 창밖을 바라보며 무언가 생각에 잠겼다. "알다시피 내일 마케팅 미팅이 있어. 프레젠테이션 준비됐나?"

"네, 어제 저녁에 최종 점검 완료했습니다."

"좋아." 대표님은 잠시 주저하더니 말을 이었다. "지난주에 샐러드... 맛있었어."

김대리는 놀랐다. 5년 동안 대표님이 음식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다이어트 음식을 묵묵히 먹을 뿐, 맛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대리는 무엇이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퇴근 무렵, 김대리는 대표님의 냉장고를 확인하러 갔다. 아침에 넣어둔 도시락통이 그대로 있었다. 평소라면 깨끗이 씻겨 테이블 위에 놓여있어야 했다. 이상한 마음에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이 없었다. 의심이 커져 문을 열자, 빈 사무실. 대표님의 기밀문서함이 열려있었다.

그 안에는 대표님의 사진 앨범이 있었다. 페이지를 넘기자 20년 전 대표님과 어떤 여성의 사진이 나왔다. 두 사람 모두 지금보다 훨씬 젊었고, 여자는 김대리가 매일 아침 들르는 유기농 샐러드 가게 주인과 똑같이 생겼다. 사진 뒤에는 '마지막 식사, 케일 샐러드. 내가 살아온 증거'라고 적혀 있었다.

다음 날, 김대리가 출근하자 회사는 발칵 뒤집혀 있었다. 대표님이 밤사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주머니에서는 유기농 샐러드 가게로 향하는 지하철 표와 김대리에게 보내는 편지가 발견되었다. "그녀의 샐러드를 마지막으로 먹고 싶었네. 20년 전 내 인생의 실수를 기억하는 방법으로..."

그날 이후 김대리는 출근길에 더 이상 샐러드 가게에 들르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특히 비 오는 날이면, 대표님의 향수 냄새가 엘리베이터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것은 다이어트가 아니라 기억을 위한 의식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