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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학교

다이어트 학교: 살과 영혼의 무게

살이 빠질수록 벽은 투명해졌다. 처음에는 그저 희미한 윤곽에 불과했지만, 오늘 아침 체중계에서 5kg가 더 줄자 옆방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가 마치 내 귀 옆에서 울리는 것처럼 선명해졌다. '다이어트 학교' 입학 42일째, 나는 점점 더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김하연 학생, 오늘 체중 감량 목표를 달성했군요. 축하합니다."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내 방의 벽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에는 초록색 불이 켜지며 '+3 지각각능력점수'라는 문구가 반짝였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학교 정원의 잔디는 어제보다 더 선명한 녹색으로 빛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속삭임까지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은 '감각능력 향상을 위한 특수 다이어트 학교'라는 정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립된 기숙학교다. 선발된 학생들은 1년 동안 철저한 식이조절과 운동 프로그램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며, 그 결과로 초감각적 능력을 얻게 된다는 이론에 기반한 실험이었다. 내가 지원한 이유는 단순했다. 살을 빼고 싶었고, 평범한 내 인생에 특별함이 필요했다.

복도를 걸어 식당으로 향하는 길, 투명한 벽 너머로 다른 학생들의 방이 보였다. 체중 감량에 성공한 학생들의 방은 투명했고, 실패한 학생들의 방은 불투명한 회색이었다. 오늘도 조금 더 투명해진 나를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투명한 벽 너머로 선명하게 들려오는 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의 대화가 내 귀에 들어왔다.

"A동 학생들의 초감각능력 발현이 예상보다 빠릅니다. 특히 김하연 학생은 놀라운 속도로 진전을 보이고 있어요."

"그래, 하지만 그들이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군."

"괜찮습니다. 실험이 끝나면 모든 기억은 지워질 테니까요. 그들은 그저 성공적으로 다이어트한 경험만 기억할 겁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우리의 기억을 지운다고? 이게 다 무슨 실험이란 말인가? 나는 벽에 기대어 주저앉아 머리를 감쌌다. 그때 옆방의 승민이 내게 속삭였다.

"하연아, 너도 들었지? 우리가 지금 얼마나 가벼워졌는지... 그들이 우리에게서 가져간 건 지방만이 아니야. 우리의 영혼도 함께 가벼워지고 있어."

다음 날 아침, 체중계에 올라서자 어제보다 2kg이 더 줄어있었다. 벽은 이제 거의 유리처럼 투명해졌고, 나는 학교 전체에서 오가는 모든 대화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곳에서 우리가 잃어가는 것은 단순한 체중이 아니라, 우리를 우리로 만드는 본질적인 무언가라는 것을. 다이어트 학교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진실의 무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