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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고민

대표님의 마지막 고민

대표님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건 내가 회사를 그만둔 지 정확히 3일 후였다. 수신자 번호 없음으로 걸려온 전화에서 사무적인 목소리가 '장례식장 주소와 빈소 번호'를 전달했을 때,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내 책상 앞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다음 분기 목표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사람이었다.

장례식장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대기업 대표라면 수많은 조문객으로 북적일 법한데, 빈소는 마치 그의 마지막 회의실처럼 조용했다. 추모 화환들 사이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비서가 나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대표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가 있습니다. 당신에게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봉투는 묵직했고, 그의 서명이 선명했다. 장례식장 구석 커피 자판기 앞에 앉아 봉투를 열었다. 그 안에는 USB와 손글씨로 적힌 짧은 편지가 있었다.

"이 USB를 꼭 확인해줬으면 합니다. 내 마지막 고민을 들어준다면 고맙겠습니다."

집에 돌아와 USB를 연결하자 '최후의 녹음'이라는 제목의 오디오 파일 하나만 있었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대표님의 목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평소의 카리스마 넘치는 톤이 아닌, 지친 한 인간의 목소리였다.

"안녕, 네가 이걸 듣고 있다면 나는 이미 세상을 떠났겠지. 마지막 고민을 들어줘서 고마워. 나는 성공한 CEO였지만, 정작 내 인생의 CEO는 되지 못했어. 회사가 성장할수록 내 영혼은 축소됐지. 밤마다 흰 천장을 보며 고민했어. '이게 정말 내가 원하던 삶인가?'"

녹음은 계속됐다. 그는 자신이 평생 쌓아온 부와 명예가 결국 공허함으로 귀결됐다고 고백했다. 매출 그래프는 상승했지만, 행복지수는 반비례했다고. 그의 목소리에는 후회와 깨달음이 공존했다.

"네가 갑자기 사직서를 냈을 때, 처음엔 배신감이 들었어. 하지만 곧 부러워졌지. 네가 가진 용기, 네가 원하는 삶을 찾아 떠날 결단력이. 나는 그러지 못했으니까. 내 마지막 고민은 이거야. 우리는 왜 진짜 원하는 것을 찾는 데 평생이 걸리는 걸까?"

녹음이 끝나고 방 안에는 정적만 남았다.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들이 반짝였다. 내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회사에서, 대표님은 자신만의 감옥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내일부터 시작할 새 일을 생각하며, 나는 그가 평생 찾지 못한 답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우리 모두의 지갑 속에는 '행복'이라는 가장 비싼 통화를 살 수 있는 카드가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