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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공포

대표님의 공포: 유리벽 너머의 진실

대표님 책상 위에 놓인 흰 봉투를 보는 순간, 나는 알았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김 대표는 언제나처럼 완벽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자네, 이번 분기 실적 보고서 잘 봤네. 우리 회사의 미래를 위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야."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에서는 어떤 냉기가 느껴졌다.

회사의 60층 높이 임원실은 통유리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하지만 오늘따라 그 높이가 현기증을 불러일으켰다.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은 창백했고, 대표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짓눌렀다. 손에 쥔 커피잔에서는 미세한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김과장, 자네는 우리 회사의 10년 역사를 함께 했지. 그동안 수고 많았네." 김 대표의 말은 정중했지만, 그 공손함 뒤에 숨겨진 무언가가 내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그가 내게 건넨 서류 한 장. '희망퇴직 신청서'라는 제목이 선명했다.

내 책상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오픈 플랜 사무실에서 모두의 시선이 느껴졌다. 누가 다음인지 모두가 두려워하는 분위기. 내 자리에 앉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모니터에 김 대표의 얼굴이 보였다. 화상회의 초대였다. "30분 후 전체 미팅입니다. 참석 필수." 메시지가 깜박였다.

회의실로 향하는 길, 화장실에 들러 얼굴을 씻었다. 거울 속 내 눈은 불안으로 가득했다. 찬물로 세수를 하는데, 문득 거울 속에 다른 그림자가 비쳤다.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다시 거울을 보니 김 대표의 얼굴이 내 뒤에 서 있는 듯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회의실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다. 김 대표는 카리스마 넘치는 미소로 모두를 맞이했다. "오늘은 우리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날입니다." 그의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었다. 화면에는 회사 구조조정 계획과 함께 해고 대상자 명단이 나타났다. 내 이름을 찾으려 눈을 부릅뜨는 순간, 충격적인 영상이 흘렀다.

모니터에는 김 대표가 몰래 직원들을 감시하는 CCTV 영상들이 연속해서 재생되었다. 휴게실에서의 사적인 대화, 화장실 앞에서의 한숨, 심지어 일부 직원들의 사생활까지. 회의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김 대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게 무슨..." 그가 말을 더듬었다.

IT팀 박대리가 조용히 일어났다. "대표님, 지난 3년간 직원들을 몰래 감시하고 협박한 증거를 모았습니다. 이미 노동청과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회의실은 얼어붙었다. 김 대표의 눈에서 공포가 번졌다. 그가 두려워했던 것은 권력의 상실, 그 자신이 만들어낸 감시의 덫에 갇히는 것이었다.

회의실을 나서는 김 대표의 뒷모습이 초라해 보였다.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회사 건물 안에서, 진짜 유리처럼 투명했던 것은 우리의 영혼이 아니라 그의 위선이었다. 오늘 밤, 60층 높이의 유리창 너머로 서울의 불빛이 반짝이는 동안, 우리는 모두 각자의 공포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