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과자: 단맛 뒤의 쓴맛
대표님이 과자를 돌릴 때만큼은 회사가 마치 유치원처럼 변했다. 40명의 직원들이 각자의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대표님의 손에 들린 대형 비닐봉지를 바라보았다. 봉지 안에서는 유명 제과 회사의 신제품들이 반짝거렸다. 이번 주는 허니버터맛 과자였다. 달콤한 향이 사무실에 퍼졌고, 모두의 입안에 침이 고였다.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여러분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대표님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그는 언제나 그랬다. 과자를 돌리는 손길에서부터 휴가를 승인해주는 모습까지, 그는 늘 '착한 대표님'이었다.
봉지가 내 책상에 도착했을 때, 나는 허니버터칩 두 개를 집어들었다. 과자 봉지를 넘기며 잠시 대표님과 눈을 마주쳤다. 그의 미소는 완벽했지만, 눈은 희미한 냉기를 품고 있었다. 내가 과자를 입에 넣자 허니버터의 달콤함이 입 안에 퍼졌다. 바삭한 식감이 혀끝에서 춤을 추었다.
"야근하는 분들은 더 가져가도 됩니다." 대표님이 말했다. 그 순간, 거의 모든 직원들의 손이 과자 봉지를 향해 뻗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우리 회사의 야근률은 98%였다. 퇴근시간이 지나도 자리를 지키는 것이 미덕이었고, 야근수당은 없었다.
모두가 대표님의 과자에 열광할 때, 나만 그 단맛 아래 숨겨진 쓴맛을 느꼈다.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대표님은 과자를 들고 사무실을 돌았다. 그리고 매주 목요일 밤 9시, 그는 "아직도 계셨네요?"라는 말과 함께 남아있는 직원들을 확인했다.
내 옆자리의 민지는 과자를 세 개나 더 집어들었다. 그녀는 이번 달에만 열두 번 야근했다. 어제는 새벽 2시에 퇴근했다고 했다. 그녀의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과자를 받아들 때만큼은 환하게 웃었다.
"다들 맛있게 드세요. 그리고 오늘도 힘내서 좋은 성과 냅시다." 대표님의 말에 사무실에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그 소리에 섞여 들리는 타이핑 소리, 한숨 소리, 위장약 봉지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날 밤, 나는 오후 6시 정각에 컴퓨터를 종료했다. 대표님이 내 자리로 다가왔다. "벌써 가십니까?"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숨겨진 압박감은 무거웠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가방을 들었다. "네,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요." 그의 눈이 살짝 좁아졌다.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나는 주머니에 넣어둔 허니버터칩을 꺼냈다. 한 입 베어 물자 달콤함이 입 안에 퍼졌다가 이내 쓴맛으로 변했다. 어쩌면 그건 내 상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대표님의 과자는 결코 무료가 아니라는 것을. 그 달콤함의 대가로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건강을, 인생을 조금씩 지불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