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날씨 예보
대표님이 미소 지을 때마다 사무실의 기압이 변했다. 오늘은 특히 저기압이었다. 계절의 변화를, 혹은 재앙의 전조를 느끼는 동물처럼 우리는 그의 얼굴만 보고도 그날의 날씨를 예측했다.
"오늘 대표님 눈썹 보셨어요?" 민지가 복사기 앞에서 속삭였다. "완전 폭풍전야예요."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밖은 화창했다. 하늘은 청명했고, 봄바람은 벚꽃 잎을 나른하게 흩날렸다. 하지만 우리 사무실 안은 저기압의 중심에 있었다.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허공에 떠다니는 긴장감을 느꼈다. 마치 번개가 내리칠 것만 같은 정적이 흘렀다.
"김 과장님, 잠시 내 방으로." 대표님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나는 주춤거리며 그의 방으로 향했다. 대표님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그의 표정은 먹구름이었다. 그는 회의 자료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그 소리는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처럼 불길했다.
"이거 네가 만든 보고서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동안 사무실의 습도가 높아지는 것 같았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증명했다.
"김 과장, 자네 보고서에는 항상 햇살이 있어." 대표님의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 구름 사이로 태양이 비치듯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자네처럼 데이터와 통찰력을 이렇게 밝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어."
나는 당황했다. 폭풍우를 예상했는데 갑작스러운 맑음이 찾아온 것이다. 긴장으로 굳어있던 어깨가 풀어졌다.
"내일부터 마케팅팀 총괄 부장으로 승진하게." 대표님은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지금까지 자네가 만든 날씨를 봤어. 이제는 자네가 직접 날씨를 만들 차례야."
사무실로 돌아오자 동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들은 내가 어떤 날씨를 데리고 왔는지 알고 싶어 했다. 나는 미소로 답했다. 창밖은 여전히 화창했지만, 이제 사무실 안의 날씨도 달라질 것이다.
그날 이후, 우리 회사에서는 날씨 예보가 아닌 '대표님 예보'가 사라졌다. 대신 사람들은 내 표정을 살피기 시작했다. 사실 대표님도, 나도, 우리 모두 각자의 하늘을 가지고 있었다. 단지 누군가의 하늘이 다른 이들의 지평선이 되는 것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