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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남편

대표님과 남편 사이: 두 얼굴의 삶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내 얼굴에서 미소가 깎아내리듯 사라졌다. 저 멀리, 회의실 중앙에 서 있는 그는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사무실 모든 직원들이 그의 말 한마디에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차가운 금속처럼 냉정한 목소리로 프로젝트 실패의 책임을 묻는 그의 눈빛은 어제 저녁, 아이의 생일 케이크 앞에서 환하게 웃던 그 눈과 다른 사람의 것 같았다.

"자, 다시 원점에서 시작합시다. 내일 아침까지 수정안을 제출해주세요. 오늘은 전원 야근입니다."

그의 선언에 사무실 전체가 침묵에 잠겼다. 누군가 한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내 책상 위에 놓인 결혼 사진을 슬며시 뒤집었다. 대표님 앞에서 남편의 아내라는 사실은 약점이 될 뿐이었다.

집에서는 따뜻한 양말을 찾아 헤매고, 감기약을 챙겨주는 그가 이 사무실에서는 냉혹한 판단만을 내리는 대표님이 된다. 그리고 나는 회사에서 최고의 실적을 내는 마케팅 팀장이지만, 집에 돌아가면 그의 아내가 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우주를 오가는 여행자 같았다.

그날 밤, 모두가 야근을 하는 동안 나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수정하며 그가 회의실에서 홀로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지켜봤다. 창문에 비친 그의 얼굴은 피곤함으로 가득했다. 그때 내 휴대폰에 메시지가 왔다.

'오늘 미안해.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어. 집에 가면 제대로 사과할게.'

나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회의실로 향했다. 미닫이 문을 열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팀장님, 무슨 일이신가요?"

나는 문을 닫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대표님, 프로젝트 수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습니다."

우리는 업무에 관해 이야기했다. 서류와 그래프를 가리키며 전략을 논의했다. 그리고 모든 직원이 자리를 뜬 후, 주차장에서 각자의 차를 타고 5분 간격으로 집을 향했다. 아무도 모르게, 비밀스럽게.

그날 밤 그는 진심으로 사과했고, 나는 받아들였다.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다음 날을 준비했다. 아침이 되면 다시 대표님과 팀장이 되어야 했으니까.

때로는 생각한다. 진짜 우리는 누구일까? 따뜻한 이불 속에서 서로를 끌어안는 부부인가, 아니면 회의실에서 날카로운 시선을 교환하는 상사와 부하직원인가? 어쩌면 우리는 두 세계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한 지붕 아래 두 개의 다른 우주를 품고 사는 법을 배워가는 중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