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과 뉴진스: 세대를 잇는 멜로디
대표님이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귀를 찌르는 'Hype Boy'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김 팀장의 딸 소연이가 또 대표님 컴퓨터에 장난을 친 것이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뉴진스라니. 마감에 쫓기는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노래 좀 꺼주시겠어요?" 대표님이 인상을 찌푸리며 비서에게 말했다. 창가에 서서 서류를 정리하던 스물다섯 비서 유진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
"제가 틀었습니다, 대표님." 유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생각할 때 음악이 도움이 돼서..." 그녀는 황급히 음악을 끄며 고개를 숙였다.
대표님은 그날 종일 불편했다. 회의실에서도, 점심시간에도, 심지어 화장실 가는 길에도 그 멜로디가 귓가를 맴돌았다. '왜 이런 음악이 인기일까?' 대표님은 생각했다. 30년 전통의 건설회사를 이끄는 그에게, 이런 가벼운 팝송은 그저 소음에 불과했다.
그날 저녁, 서류 더미에 파묻혀 야근을 하던 대표님은 문득 딸 생각이 났다. 대학 입학 후 집을 나간 딸과는 이미 3년째 연락이 끊겼다. 마지막 통화에서 딸은 "아빠는 내 말을 절대 듣지 않잖아요"라고 했었다.
사무실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대표님은 문득 유진의 컴퓨터로 향했다. 검색창에 '뉴진스'를 입력했다. 한 시간 후, 그는 여전히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Cookie', 'Attention', 'Ditto'... 한 곡, 한 곡 들을 때마다 딸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음 날 아침, 사무실에 들어선 유진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표님이 작은 볼륨으로 'OMG'를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 유진이 조심스럽게 인사했다.
"유진 씨, 이 노래 제목이 뭐지?" 대표님이 진지하게 물었다.
"'OMG'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에요." 유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대표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딸도 이런 음악을 좋아할까?"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 없던 부드러움이 묻어났다.
일주일 후, 유진은 대표님의 책상 위에 놓인 콘서트 티켓 두 장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서연에게'라고 쓰인 쪽지가 있었다. 대표님의 딸 이름이었다.
그 달 말, 회사 복도에서는 낯선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대표님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다. 둘 다 뉴진스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유진 씨, 이쪽은 내 딸 서연이에요. 뉴진스 콘서트에 같이 가주지 않겠어요? 내가 티켓은 준비했으니까."
서연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요즘 뉴진스에 빠져서 내가 더 놀랐어요."
대표님의 딱딱한 얼굴에 처음으로 진짜 웃음이 번졌다. 어쩌면 뉴진스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세대를 잇는 다리였고, 오랫동안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였다. 저 멀리서 'Hype Boy'의 첫 소절이 다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