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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데이트

대표님의 비밀 데이트

그녀가 내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 밤 내 인생이 뒤바뀔 거라는 것을. "서 대표님, 오늘 보고서 검토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김주연 팀장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그녀의 눈빛에 담긴 메시지는 분명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회사 내에서 우리의 관계는 철저히 비밀이었다. 대표와 팀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야 했다. 하지만 매주 금요일 밤,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에 사무실을 나와 도시 반대편의 작은 카페에서 만났다. 오늘은 그 여섯 번째 데이트였다.

"자정까지 검토해서 메일 드리겠습니다." 나는 공식적인 말투로 대답했지만, 내 손가락은 테이블 위에서 살짝 '6'이라는 숫자를 그렸다. 여섯 시, 우리의 약속 시간.

카페의 빈티지한 조명 아래, 그녀는 늘 입는 정장이 아닌 화사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커피 향과 재즈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우리는 잠시 대표님과 팀장이 아닌 그저 서준과 주연이 되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회사에서보다 한 옥타브 높았고, 그 웃음에 내 마음은 매번 무너져 내렸다.

"이런 데이트가 필요한가 싶어요. 언제까지 숨어야 할지..." 그녀의 말에 나는 커피잔을 손끝으로 돌렸다. 뜨거운 도자기의 감촉이 내 불안함을 대변했다.

"내일 이사회에서 인수합병 건이 통과되면, 내가 미국 지사로 갈 가능성이 높아."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그녀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이내 비즈니스 미팅에서나 볼 수 있는 전문적인 미소로 바뀌었다.

"축하드립니다, 대표님. 좋은 기회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지만, 테이블 아래에서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우리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카페의 소음이 갑자기 크게 들려왔다. 옆 테이블에서는 누군가 카메라 셔터 소리를 연달아 눌렀다. 순간 우리 둘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저기, 저 사람..." 주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카메라를 든 남자는 우리 회사 경쟁사의 기자였다. 그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우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신 내 책상 위에는 사직서가 놓여 있었다. 회사 로비에서 김주연 팀장을 만났을 때, 그녀 역시 종이 한 장을 들고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사직서를 바라보았다.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서 대표님?" 그녀가 물었다.

"대표님이 아니야. 이제 그냥 서준이야." 내가 답했다. "그리고 우리의 데이트는... 이제 막 시작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