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비밀 로맨스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사무실을 가득 채우던 날, 대표님의 책상 위에 놓인 분홍색 편지를 발견했다.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두려워하는 강철같은 얼굴의 서준우 대표님과 로맨스라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편지의 존재는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오늘 저녁 8시, 한강 공원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항상 당신을 지켜보는 사람으로부터." 편지의 내용은 단순했지만, 대표님의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이 걷잡을 수 없이 일었다. 대표님의 비서로서 업무적인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이런 개인적인 편지의 존재는 처음이었다.
그날 저녁, 나는 퇴근 후 한강 공원으로 향했다. 업무 보고가 있다는 핑계를 대며 대표님의 행방을 추적하는 내 행동이 비윤리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멀리서 대표님의 뒷모습이 보였다. 평소 회의실에서 보던 날카로운 눈빛과 위압적인 자세가 아닌, 어딘가 초조해 보이는 그의 모습은 생경했다.
한강의 야경이 물결처럼 반짝이는 가운데, 그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숨을 멈췄다. 그 여자는 다름 아닌 내 룸메이트였다. 평범한 출판사 편집자로 알고 있던 그녀가 왜 여기에? 더욱 놀라운 것은 대표님의 표정이었다. 항상 무표정하던 그의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
"많이 기다렸어?" 대표님의 목소리는 회사에서 들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아니, 방금 도착했어. 오늘은 어땠어?" 그녀의 다정한 질문에 대표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힘들었어. 항상 냉정하고 완벽해 보여야 한다는 게... 가끔은 그냥 나로 살고 싶어." 대표님의 속마음을 엿듣게 된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두 사람이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대표님에 대한 내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면서도 진짜 그를 몰랐던 것이다. 차가운 비즈니스 세계에서 완벽함을 강요받는 한 남자가, 밤의 한강에서는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로맨스를 꿈꾸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대표님은 여전히 엄격한 표정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단단한 가면 뒤에 숨겨진 진짜 사람을 알고 있었다. 그가 내게 업무 지시를 내릴 때, 나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무슨 일 있나요?" 대표님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닙니다, 대표님. 그냥... 오늘 날씨가 좋네요." 내 대답에 그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더니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작게 미소지었다. 우리 모두의 삶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 챕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그 비밀이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만든다는 것을 그날 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