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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병원

대표님의 병원: 두 번째 기회

대표님의 이름을 부른 간호사의 목소리가 병원 대기실을 가로질렀을 때, 나는 아직도 여기 왜 앉아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형광등 아래 너무 하얗게 빛나는 타일 바닥이 어지러움을 유발했다.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서 세 시간째, 내 옆에는 빈 자리뿐이었다.

"이석우 대표님,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이름 앞에 붙은 '대표님'이란 호칭이 이제는 얼마나 공허하게 들리는지. 15년을 바쳐 일군 회사가 어제 공식적으로 파산 신청을 했다. 마지막 남은 직원 스물셋의 눈빛이 아직도 내 망막에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가슴의 극심한 통증이 시작됐다. 심장마비일까, 아니면 단순한 스트레스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결과가 뭐든 상관없었다.

진료실은 기대했던 것보다 따뜻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검은색 의사 의자를 비추고 있었다. 의사는 내 차트를 보며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이석우 씨, 심전도 결과는 정상입니다. 하지만 혈압이 상당히 높네요."

의사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내 시선은 그의 책상 위 사진에 고정되어 있었다. 웃고 있는, 행복해 보이는 가족사진. 내가 한때 가졌던 것, 회사에 모든 시간을 바치며 잃어버린 것.

"의사 선생님, 솔직히 말해주세요. 제가 얼마나 심각한가요?" 내 목소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공허하게 들렸다.

의사는 펜을 내려놓고 안경을 벗었다. "신체적으로는 스트레스 반응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는 잠시 망설였다. "당신 눈에서 보이는 공허함이 더 걱정됩니다."

그 순간, 대기실에서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의사의 시선이 부드러워졌다.

"10년 전, 저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제 병원이 파산 직전이었죠.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처음으로 의사를 제대로 바라보았다. 그의 하얀 가운 위에 달린 이름표: '김재현 병원장'.

"병원은 어떻게 구하셨나요?" 내 입에서 질문이 튀어나왔다.

그는 미소지었다. "구하지 못했습니다. 완전히 무너졌죠.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그가 처방전을 적으며 계속했다. "이것은 약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주소입니다. 매주 수요일 저녁, 사업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의 모임이 있어요. 제가 운영하는 곳이죠."

병원을 나서며 구겨진 처방전을 주머니에 넣었다. 설마 정말 갈까? 하지만 지하철역으로 걷는 동안, 처음으로 가슴의 압박감이 조금 줄어든 것을 느꼈다. 어쩌면 모든 대표님들에게도 두 번째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기회가 시작되는 곳은, 의외로 한 작은 병원의 진료실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