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비밀
"천재는 아침 7시에 일어납니다."
대표님의 책상에 붙은 메모였다. 그 아래로 시간별 루틴이 빼곡했다. 나는 밤새 정리한 서류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새벽 5시, 사무실은 나와 형광등만이 깨어있었다. 벽 너머로 대표님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휴식을 취하는 시간조차 회사에서 보내는 그분. 직원들은 그를 '신화'라 불렀다. 스물여덟에 회사를 일으켜 세운 젊은 대표. 성공 비결을 묻는 인터뷰마다 그는 같은 말을 했다. "아침형 인간이 되세요. 천재는 아침 7시에 일어납니다."
펜으로 쓰인 메모의 글씨체를 보니 웃음이 났다. 누구도 모르는 진실. 그 메모는 내 필체였다. 메모 아래 루틴표도 내 손으로 만든 것이었다.
대표님은 사실 자정 전에 잠든 적이 없었다. 그는 새벽 3시에 쓰러지듯 잠들고, 정오가 되어서야 겨우 눈을 뜨는 사람이었다. 미팅이 있는 날이면 내가 30분 간격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럼에도 늦는 날이 많았다. 창업 초기, 투자자들이 그의 성실성을 의심했을 때 내가 꾸며낸 이야기가 '아침형 인간 신화'였다. 그 이야기가 어느새 회사의 문화가 되었고, 직원들은 새벽같이 출근하며 대표님의 부재를 의아해했다.
벽 너머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 나는 서둘러 대표님의 사무실로 향했다. 구겨진 와이셔츠를 입은 채 소파에 쓰러져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약 드셨어요?"
그는 혀를 차며 답했다. "내가 언제 약 먹었어? 괜찮아."
괜찮지 않았다. 그의 책상 서랍은 온갖 약들로 가득했다. 만성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신화 속 완벽한 CEO의 모습 뒤에는 26세에 탈모가 시작된 평범한 청년이 있었다. 그저 남들보다 꿈이 커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밤낮없이 일했을 뿐인데.
그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혜진씨, 오늘도 내가 7시에 일어났다고 해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놓인 약을 건네며 물었다. "왜 진실을 말하지 않으세요? 당신의 진짜 성공 비결은 '좋은 비서를 뽑는 것'이라고요."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내 진짜 비밀은..." 그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천재는 아침 7시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야. 자정까지 깨어 있는 열정이 세상을 바꾸지."
나는 그날도 대표님의 루틴표를 새로 작성했다. 그리고 아침 회의에서 사람들은 또다시 열심히 메모했다. "천재는 아침 7시에 일어납니다." 모두가 신화를 믿고 싶어 했다. 그러나 진짜 비밀은 그 신화를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는 새벽 5시에 출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