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마지막 사진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 대표님의 눈에 스친 것은 자신의 온 삶이었다. 스튜디오의 차가운 조명 아래, 그는 마지막 공식 사진을 찍고 있었다. 회사 홈페이지에 걸릴 프로필 사진. 하지만 아무도 이 사진이 그의 유작이 될 줄은 몰랐다.
"조금 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주세요, 대표님." 사진작가의 지시가 공간을 가로질렀다. 스튜디오 구석에서는 비서가 다음 미팅 일정을 속삭이듯 전달했다. 대표님은 기계적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깊은 주름은 15년간 회사를 일으켜 세운 시간의 증거였다.
렌즈 너머로, 대표님은 자신의 첫 사무실을 떠올렸다. 반지하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형광등 하나가 간헐적으로 깜빡이던 그곳에서 밤을 새워 코딩하던 날들. 투자자들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순간들. 그리고 첫 직원을 채용하던 날의 설렘.
"이제 웃어주세요. 자연스럽게요." 카메라맨의 말에 대표님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회사가 상장되던 날 찍은 사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날은 진심으로 웃었었다. 그때는 모든 것이 가능해 보였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대표님은 노트북을 열었다. 화면에는 이미 준비된 편지가 있었다. "사랑하는 직원들에게"로 시작하는 사직서. 내일 아침, 그는 더 이상 이 회사의 대표가 아닐 것이다. 회사를 인수한 대기업의 결정이었다.
그는 서랍에서 낡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창업 첫날, 친구가 찍어준 폴라로이드. 배경은 허름했지만, 그의 눈은 희망으로 빛나고 있었다. 사진 뒷면에는 "꿈의 시작, 2008년 3월 15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대표님은 두 사진을 나란히 놓았다. 첫 번째 사진과 마지막 사진. 그 사이에는 15년의 시간이 있었다. 첫 번째 사진에서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청년이 꿈을 품고 있었고, 마지막 사진에서는 모든 것을 이룬 중년의 남자가 공허함을 감추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벽에 걸린 상장들, 제품 출시 날의 단체 사진들, 그의 인생이 깃든 공간. 내일이면 다른 사람의 것이 될 공간.
대표님은 편지 아래에 서명을 하고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두 장의 사진을 가방에 넣었다. 어쩌면 인생은 우리가 찍는 일련의 사진들처럼, 순간의 연속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들 사이에 우리가 무엇을 채우는가였다.
다음 날 아침, 직원들이 메일함에서 발견한 것은 대표님의 사직서와 함께 첨부된 두 장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짧은 메시지: "진정한 성공은 도착점이 아니라 여정에 있다.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여정을 함께해 주어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