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생존 게임
황금빛 석양이 사무실 창가를 물들이던 순간, 나는 회사 채팅방에 올라온 대표님의 메시지를 읽었다. "오늘 밤 9시, 전 직원 긴급 회의. 불참시 즉각 해고." 메시지가 도착한 지 정확히 3분 후, 회사 전체 전원이 갑자기 차단되었다.
어둠 속에서 휴대폰 불빛만이 사무실을 희미하게 밝혔다. 동료들의 얼굴이 파란 빛에 그로테스크하게 일그러졌다. 우리가 서로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스피커에서 대표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러분, 최근 우리 회사의 생존이 위태롭습니다. 오늘 밤, 이 건물에 남은 여러분들은 생존 게임에 참가하게 됩니다. 승자에게는 승진과 보너스가... 탈락자에게는 해고가 기다립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사무실 문이 자동으로 잠기고, 각 부서별로 미션 카드가 프린터에서 출력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이것이 현실임을 깨달았다. 마케팅팀은 30분 안에 새로운 캠페인을 기획해야 했고, 개발팀은 버그투성이 코드를 디버깅해야 했다. 우리 기획팀은 전략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료들의 눈빛은 날카로워졌다. 평소 점심을 함께 먹던 친구들이 정보를 숨기고, 서로의 자료를 몰래 훔쳐보려 했다. 누군가는 화장실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다른 누군가는 사우나에 온 것처럼 땀을 흘리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밤이 깊어갈수록 대표님은 CCTV를 통해 우리를 관찰하며 때때로 스피커를 통해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김 대리, 당신의 보고서는 너무 진부합니다. 경고 한 번." "박 과장, 창의성이 돋보이는군요. 가산점 부여합니다."
새벽 3시, 모든 미션이 끝나고 우리는 회의실에 모였다. 대표님이 직접 들어오셨다. 예상과 달리 그의 표정은 무척 평온했다.
"여러분, 오늘 밤의 목적은 해고자를 가리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회사가 큰 위기에 처했습니다. 내일부터 생존을 위한 진짜 전쟁이 시작됩니다. 오늘 밤은 그 준비였습니다. 여러분의 잠재력과 팀워크를 테스트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대표님은 우리의 생존 본능을 자극해 회사를 구하려는 것이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해고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쉽게 동료에서 경쟁자로 변했는지를 목격한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사무실에는 어젯밤의 흔적만이 남았다. 구겨진 보고서들, 빈 커피컵들, 그리고 각자의 모니터에 띄워진 메시지: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첫 번째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진짜 생존 게임은 오늘부터입니다." 대표님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제 회사의 생존과 나의 생존이 뒤얽혀 버렸다는 사실뿐이다.